
눈바람이 불던 3일 낮 12시쯤 서울 영등포구 국회 정문 앞 인도에 진풍경이 연출됐다. 타투이스트 이랑(40)씨가 박모(23)씨의 오른팔에 문신용 바늘로 살갗을 찔러 검은색으로 ‘Freedom within’이라는 문구를 새기기 시작한 것. 이씨의 문신 작업은 박씨 팔에 원래 그려졌던 빨간 횃불을 든 ‘자유의 여신상’ 옆에 채워졌다.
한 시민(67ㆍ여)은 “요즘 연예인이나 운동 선수들도 많이 하던데 난 별로야”라며 가던 길을 갔다. 10여년 전만 해도 일탈과 반항의 상징이던 타투는 이제는 이처럼 시민들에게 대수롭지 않게 다가왔다.
하지만 이씨는 문신 작업을 끝맺지 못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과 의료법 위반 혐의로 이씨를 임의동행 형식으로 데려갔기 때문이다.
이날 국회 앞에서 문신사법 제정 촉구 및 헌법소원 투쟁을 위한 기자회견을 연 이씨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심사목록에 올라 있는 문신사 법안이 얼마 남지 않은 회기 동안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며 “정부에서 예술문신 시술을 합법화하고 적극 수용하기로 했던 방침대로 국회가 이 법안을 통과시켜달라”고 촉구했다.
이씨가 이렇게 길거리에서 타투를 직접 새겨 넣은 건 우리나라에선 문신이 불법이기 때문이다. 1992년 한 여성의 눈썹 반영구 문신 부작용 피해소송에서 대법원이 “보건위생상 위험을 이유로 타투는 의료행위에 해당하며, 의사면허가 없는 사람은 타투 시술을 할 수 없다”고 판결한 후 문신은 불법이 됐다. 2008년 2월 개정된 의료법도 의사가 타투를 할 때만 합법으로 인정한다.
문신 합법화 반대 측은 문신을 할 때 마취를 한다고 알려진 점, 문신에 사용되는 잉크의 안전성, 바늘의 재사용 등을 반대 근거로 든다. 하지만 합법화를 주장하는 측은 최근 대다수의 문신은 마취 없이 진행되고 1회용 바늘을 사용한다고 반박하면서 문신을 양성화해 정부의 관리ㆍ감독을 받겠다고 주장한다.
이랑씨는 “요즘 타투는 아이돌이나 스포츠 스타부터 청년들까지 패션 아이템으로 자연스럽게 자리잡았다”며 “20여년 전의 대법원 판례에 얽매여 현 시대의 문화를 거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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