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의 향후 전망을 둘러싼 진단이 극명히 엇갈리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해외건설 부실 여파를 이유로 잇따라 주요 건설사들의 신용등급을 낮추는 반면, 금융투자업계는 “내년에 실적 개선의 원년이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다. 상반된 진단에 투자자들은 몹시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다.
1일 신용평가업계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신평사들이 올해 총 54개 기업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는데 이중 건설사가 12개사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1~2개월 사이 건설사들의 신용등급이 무더기로 하향 조정됐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한달여간 SK건설(A→A-), 한화건설(A-→BBB+), 삼성엔지니어링(A→BBB+) 등 3개사의 신용등급을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한국기업평가도 SK건설(A→A-)과 두산건설(BBB→BBB-), 태영건설(A→ A-) 등급을 한 단계씩 낮춘 데 이어 한화건설과 한라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한국신용평가 역시 건설사 등급 강등에 동참했다.
신평사들이 줄줄이 건설사 신용등급을 조정하고 나선 것은 해외 사업 부실 때문. “해외 건설 준공 지연으로 공사비가 계속 투입되고, 원가율 상승과 수주 경쟁 심화에 따른 채산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게 공통된 진단이다. 송미경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건설업은 해외 불안 요인뿐만 아니라 국내 부동산 경기도 하락세에 있어 산업위험성이 높은 업종으로 분류돼 있다”고 말했다.
잇단 신용등급 강등으로 건설업계의 자금 조달난 우려도 비등하다. 대림산업의 경우 금리 부담 때문에 지난달 아예 회사채 발행 계획을 접었고, 두산건설도 250억 규모 회사채 발행을 계획했으나 투자자 모집에 실패했다. 이날 삼성물산이 2,000억원어치 회사채 발행에 성공하고 현대산업개발이 최근 3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었던 것도 동급 회사채에 비해 금리를 0.2%포인트 이상 높게 제시한 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게다가 시공능력평가 30위권 건설사들의 내년 만기도래 회사채 규모가 2조5,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돼 차환 발행에 상당한 애로를 겪을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온다.
발주처 사정에 따라 최악에는 떼일 수 있는 미청구 공사액도 여전하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8개 대형 건설사의 해외사업장에서 미청구 공사액은 2009년말 6조원(2009년말)이었는데 6년 만에 15조원(올해 6월말 기준)까지 급증했다. 미청구액이 실제 손실로 반영될 경우 흑자 회사도 적자로 돌아설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금융당국이 건설업도 철강ㆍ석유화학ㆍ해운 등과 함께 4대 구조조정 업종으로 분류한 상태라, 한계 건설사들은 자금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 건설업을 보는 시각은 비교적 긍정적이다. 대신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은 실적 개선의 원년이 될 것”이라며 건설업종 투자의견으로 ‘비중 확대’를 권했다. 이선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저가 해외 사업은 올해 4분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대부분 마무리 되며, 국내 건설 수주 물량도 지난 10년 평균의 4배 규모라서 2017년까지 버티기에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도 ‘2016년 건설 먹구름이 걷힌다’보고서에서 “해외 부분의 이익률은 여전히 낮겠지만 주택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며 이익을 견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가로 수주한 해외 공사는 대부분 마무리되는 반면, 국내 주택 부문이 실적을 견인할 거라는 진단이다.
전문가들은 체질 개선 노력에 따라 업체간 희비가 극명히 엇갈릴 것으로 내다본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해외와 국내건설 비중에 대한 조정 등 사업 포트폴리오에 대한 대대적인 진단과 함께 각 회사마다 구조적 취약부분에 대한 체질개선이 이뤄졌는지에 따라 내년 건설사들의 성패가 엇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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