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익 감독 등 영화 ‘사도’의 제작진이 유럽 한 영화제에 받은 상금을 영화제에 되돌려주는 식의 기부를 해 세계 영화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3일 영화계와 미국 연예주간지 버라이어티 등에 따르면 ‘사도’는 지난달 29일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에서 막을 내린 제19회 블랙나이츠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영화 제작진은 상금 1만유로(약 1,230만원)를 영화제에 기부했다. 영화 제작진이 영화제에서 받은 상금을 기부 목적으로 바로 되돌려주기는 매우 드문 일이다.
‘사도’의 기부는 제작자인 조철현 타이거픽쳐스 대표의 주도로 이뤄졌다. 영화제에 참석해 수상까지 한 조 대표는 영화제를 지켜보며 기부를 결심했다. 조 대표는 “인구 130만명 가량의 국가에서 제법 규모 있는 영화제를 운영해 인상적이었는데 재정적으로 넉넉하지 못하다는 사정을 들었다”며 “호텔을 떠나며 기부 의사가 담긴 메모를 남겼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상은 제작자와 이준익 감독 등에게 주어진 것이라 기부 사실을 전하기 전 이 감독 등에게 의사를 물어봤고 이 감독 등도 흔쾌히 응해 기부가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되돌려진 상금은 블랙나이츠영화제에 참가한 젊은 독립영화인들의 후속 작품 제작 지원에 쓰일 예정이다. 조 대표는 “상금 기부는 처음 있는 일이라 영화제 쪽은 상당히 당황해 하면서도 매우 기뻐했다”며 “젊은 영화인들에게 기부금이 쓰인다는 말을 듣고 기분이 더 좋았다”고 말했다. 이준익 감독은 “기부는 조 대표가 결정을 내렸고 나는 따랐을 뿐”이라며 자신의 역할을 애써 낮췄다. 조 대표와 이 감독은 20년 가량 영화 일을 함께 해온 충무로의 소문난 단짝으로 ‘황산벌’과 ‘왕의 남자’ 등 여러 영화를 합작했다.
송강호 유아인이 주연한 ‘사도’는 영조와 사도세자의 갈등을 그린 영화로 지난 9월 개봉해 626만명이 관람했다. 내년 열릴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외국어상 부문에 한국영화를 대표해 출품됐다. 블랙나이츠영화제의 심사위원단은 “먼 나라의 오랜 역사가 어떻게 현대 관객들을 감동시키는 힘 있고 아름다우면서도 모던한 영화에 이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완벽한 예”라고 ‘사도’ 수상 이유를 밝혔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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