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연말 인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재계 3·4세들이 경영 시동을 걸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219개 기업을 대상으로 '2014년 승진·승급 관리 실태'를 조사한 결과 대기업 신입사원의 임원 승진율이 0.47%에 그쳤다. 1,000명이 입사하면 4.7명만 임원이 된다는 의미다.
실태조사 결과 조사 대상 기업에서 임원 승진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평균 22년 1개월이다.
하지만 이른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재벌 오너가(家) 자제들은 사정이 다르다. 30대 초·중반의 오너가 3·4세들이 그룹 임원으로 등극하고 있다.
코오롱은 이미 4세 경영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코오롱 그룹이 2일 밝힌 임원 인사에 따르면 이웅열 코오롱 회장의 장남 이규호(31) 코오롱인더스트리 부장이 상무보로 승진해 임원대열에 합류했다.
▲ 코오롱그룹 '2016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상무보로 승진한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의 외아들 이규호(31) 코오롱인더스트리 부장 (사진제공=연합뉴스)
이규호 신임 상무보는 코오롱 글로벌의 전국 건설 현장을 옮겨 다니며 현장 경험을 쌓았고, 이후 코오롱글로벌, 코오롱인더스트리 경영진단실을 거쳤다.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차남 조현범(40) 사장 역시 입사 후 임원을 달기까지 3.8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고속 승진을 했다.
현재 조 사장은 2012년 1월 한국타이어 사장으로 승진해 그룹 주력인 타이어 사업을 전담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정몽근 명예회장의 두 아들 장남 정지선(43) 회장과 차남인 정교선(41) 부회장은 부장으로 입사해 1년 만에 첫 별을 단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7년 후에는 회장, 부회장 자리에 올라 그룹을 이끌어오고 있다.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은 각각 29세, 31세에 현대백화점 부장으로 입사했고 1년 만에 임원 배지를 달았다.
국내 대기업 그룹에서 첫 임원이 되는 나이가 평균 51세(CEO스코어 2014년 8월 조사)가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초고속 승진으로 전형적인 승계코스를 밟은 것이다.
기업 분석 업체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30대 그룹 총수일가 3∼4세들은 평균 28세에 입사해 32세도 안돼 임원으로 승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졸 신입사원의 대리 승진 기간보다도 빠르다.
대주주 일가가 있는 30대 그룹 총수의 직계 가운데 승계기업에 입사한 3∼4세 자녀 4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의 입사 후 임원 승진기간은 3.5년에 불과했다.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는 지난달 30일 국가미래연구원과 경제개혁연구소·경제개혁연대가 공동 주최한 재벌의 경영권 승계 관행에 관한 토론회에서 "재벌그룹은 총수일가의 지배력 유지,승계에 집착함으로써 자신의 기업가 정신을 상실함은 물론, 새로운 기업가의 출현을 방해하는 폐해를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가 태어난 딸을 위해 '챈 주커버그 이니셔티브'에 페이스북 지분 99%를 기부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이런 와중에 30대의 젊은 임원이 탄생했다고 해서 손가락질 받을 이유는 없지만 네티즌들은 이른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김서연 기자 brainysy@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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