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의 삶 만족도가 남한에 정착한 지 10년이 지나면 크게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 박주화 부연구위원은 탈북민 2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남한에 정착한지 10년 이상 된 탈북민의 삶의 만족도가 4점 척도에서 2.73으로 나타났다고 3일 밝혔다. 탈북민의 삶의 만족도는 정착 3년 이하 3.06에서 4~6년에 3.07로 약간 높아지고 나서 7~9년에는 2.99로 줄어들기 시작해 10년 이후 감소세가 한층 가팔라졌다. 전체 평균은 2.99였다.
또 남한 및 민족에 대한 정체성을 묻는 질문에는 민족의 동질성과 자긍심이 각각 평균 3.08, 3.41로 남한에 대한 동질성(2.80) 자긍심(2.77)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주의 생활에 대한 적응 정도는 평균 2.88, 자본주의 생활에 대한 적응은 2.58로 조사됐다.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동의 정도를 묻는 질문에서는 ‘정당정치’와 ‘절차민주주의’는 각각 평균 3.02, 3.18로 높은 편이었으나 ‘권위주의’는 2.14, ‘표현의 자유’는 2.07에 그쳤다. 자본주의 가치에 대한 질문(2점 척도)에서는 ‘분배 정의’에 동의하는 정도가 0.32로 ‘사유재산’(0.65) ‘노동과 경쟁’(0.62) ‘능력중심사회’(0.52)에 비해 유난히 낮게 나타났다.
박 부연구위원은 탈북민의 경우 “남한과 민족에 대한 자긍심이 높을수록 삶의 만족도가 높았지만 민족에 대한 동질감이 높을수록 만족도가 낮았다”며 이는 “민족에 대한 언급이 북한을 상기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또 “자본주의적 경제생활을 잘 영위한다고 지각할수록, 능력에 대한 분배 방식에 동의할수록 삶의 만족도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박 부연구위원은 이 조사 결과에 대해 탈북민에게서 “남한과 민족의 정체성, 자본주의적 생활이 복잡한 형태로 나타나 통일 경험과 영향력을 예측하기 어렵게 한다”며 “민족 정체성이 삶의 만족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확인했지만 민족 동질성과 자긍심의 효과가 다르다는 것은 민족주의에 기반한 당위적 통일론의 효력이 약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결과는 통일연구원이 이날 서울 서초구 통일연구원 청사에서 연 ‘통일환경 변화와 남북관계 전망-남북통합 인식조사를 중심으로’ 학술회의에서 발표됐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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