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광주비엔날레의 예술총감독 마리아 린드(49)가 3일 비엔날레의 주제 선정을 위해 서울 홍익대에서 ‘오픈 포럼’을 열었다. 미술계뿐만 아니라 철학자 인문학자 시인 등을 모두 불러 의견을 청취했다. 보통 예술감독의 관심사나 전문성에 입각해 주제를 결정하는 것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인 일로, ‘미술의 사회 참여’를 강조하는 린드의 성향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오픈 포럼’에서 린드는 “예술은 무엇을 하는가?”란 화두를 던졌다. “사회 속에서 예술이 할 수 있는 적극적인 역할이 무엇인지를 논의할 때”라는 것이다.
포럼에 참여한 고은 시인과 문학평론가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는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는 답안을 내놓았다. 2004년 광주비엔날레의 주제시 ‘먼지’를 쓰고, 2010년 광주비엔날레의 주제 ‘만인보’에 영향을 준 고은 시인은 “자본시장의 탐욕과 권력 독점, 비정한 사회에 대항해 진리와 선을 추구하는 것이 예술이 나아갈 길”이라 주장했다. 김 명예교수는 “예술은 인간이 욕망의 노예로 전락하지 않고 사회 윤리와 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도록 교화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린드 총감독은 이날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광주비엔날레를 통해 자신이 구상한 ‘예술과 사회의 연결’을 실험하겠다고 밝혔다. “전통적인 비엔날레의 전시 방식, 즉 작가가 선정되면 각자 작품을 만들고 전시를 열어 작품을 관객들에게 일방적으로 내놓는 과정 자체가 너무 도식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정으로 비엔날레가 한국 광주라는 지역과 만나고, 관객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린드 총감독은 4일부터 광주 지역 미술관과 문화예술기관을 방문해 전시 연계 방안을 논의한다. 막 개관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의 협력 기획도 준비 중이다.
2014년 광주비엔날레는 홍성담의 걸개그림 ‘세월오월’을 전시할 수 없도록 광주시가 압력을 행사하면서 검열 논란에 휩싸였다. 린드 총감독은 “내가 생각하는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는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포함된다”며 외압의 가능성을 배제했다.
글ㆍ사진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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