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세계적 관광지로 변모하는 과정을 보고 자랐어요. 도서 지역을 특색에 맞게 개발하는 지역개발전문가가 되고 싶습니다.”
전북의 자율형 사립고인 상산고에 재학 중인 고나영(18)양이 밝힌 꿈이다. 문과 3학년생인 고 양은 이번에 수능 전과목에서 만점을 받았다. 태어나서 한번도 제주도를 떠나본 적 없는 ‘섬 소녀’가 부모 품을 떠나 뭍을 밟은 지 3년 만에 이뤄낸 쾌거다.
고 양이 털어 놓은 수능 만점의 비결은 의외로 단순했다. 바로 잠을 많이 자는 것. 고 양은 “최상의 컨디션으로 짧은 시간 집중하는 게 내겐 가장 효과적이었다”며 “수능 직전까지 하루 7시간 이상 꼭 숙면을 취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기숙사 생활을 해 온 고 양은 인터넷 강의를 들었던 한국사와 한국지리를 제외하고 야간 자율학습 시간 활용을 극대화 해 모든 과목을 스스로 정리하는 공부 방식이 효과가 컸다고 강조했다. 사교육 하나 없이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던 중학교 시절 노하우를 살린 방법이다.
고 양이 수능 공부보다 더 애정을 쏟은 건 대외활동이다. 고 양은 입학하자마자 교내 정치외교동아리에 가입해 동아리 부원들과 함께 전주 한옥마을 일대를 누비며 관광객들을 상대로 야스쿠니 신사참배 반대 캠페인, 한국 문화제 반환 서명 운동 등을 벌였다. 고등학교 2학년 때는 학생회 부회장을 맡아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사복을 입을 수 있도록 학칙 개정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고 양은 “제주도에서 중학교 학생회장을 할 때부터 더 넓은 세상에서 다양한 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다”며 “벌려 놓은 일을 모두 하려면 공부할 때 집중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밖에 없으니 결과적으로 수능에도 도움이 된 셈”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원하는 모든 학과를 어려움 없이 갈 수 있는 성적표를 받아 든 고 양은 “지리학과에 꼭 가고 싶다”고 말했다. 구멍 난 까만 돌과 노란 유채꽃, 푸른 바다가 전부인 줄로만 알았던 제주도가 불과 10년 사이 세계 자연 유산에 등재된 세계적 관광지로 탈바꿈하는 걸 보면서 ‘지역개발전문가’라는 꿈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고 양은 “낙후된 지역이나 도서ㆍ산간지역을 그 지역 특성에 맞게 개발하는 전문가가 되고 싶다”며 “물론 그 전에 대학 생활을 최대한 즐기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김민정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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