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해당부처, 이익단체 모두 입장 충돌
일본에서도 정부기관 지방이전을 놓고 부처 간,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과거 한국의‘정부종합청사 이전’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당시 국내 갈등양상과 판박이다.
발단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지난 3월 수도권 편중 현상을 해소하고 지방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부기관 지방이전을 추진하면서부터다. 일 정부는 각 광역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유치 제안이 있었던 69개 기관 가운데 관광청, 문화청, 삼림기술총합연구소, 산업기술총합연구소 등 47개 기관을 우선 후보로 설정해 검토를 진행키로 했다. 정부 검토팀은 지자체 등에 대한 면접조사 결과와 전문가 회의 의견을 참고로 해서 내년 3월 이전 대상 기관과 수용 지역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천년의 고도 (古都)로 유명한 교토시가 문화청과 관광청을 유치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하세 히로시(馳浩) 문부과학장관이 2일 문화청의 이전 후보지로 교토(京都)를 시찰하고 긍정적 검토의사를 표명했다. 교토시는 “간사이(關西) 지방에 국보의 50%, 중요문화재의 40%가 모여있다. 문화재 보존기술과 인재육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화청은 즉각 단점이 더 많다며 교토 이전에 완강히 반대하고 나섰다. 문화청 업무가 문화재보호뿐만 아니라 저작권제도나 국제문화 교류 등도 있는데, 다른 부처와의 연계나 의회 대응에 지장을 준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지난해의 경우 의회 질문에 250건을 대응했으며, 의원에 대한 대면 설명이 500건, 의원연맹이나 당 회의에 주 3.5회 참석했다며 도쿄에서 벗어나는 건 크나큰 낭비라는 것이다. 또 교토로 옮길 경우 교통비나 왕복 6시간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이냐고 호소한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정부가 내년 3월 최종결정을 내릴 계획이지만 상당한 내부진통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정부기관 지방이전을 신청한 지자체는 교토시 뿐이 아니다. 관광이 주력인 홋카이도(北海道)는 관광청 등 4개 기관, 도쿠시마(德島)현은 소비자청 등 6개 기관의 이전을 요구했다. 관계장관들이 후보지 시찰에 나서고 지자체들의 유치경쟁이 달아오르는 상황이다.
대상 기관은 대부분 지방이전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청과 국민생활센터의 경우, 전국소비자단체와 일본변호사연합회 등 유관단체들까지 나서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이들은 “다른 부처보다 약한 소비자청이 수도에서 떠나면 타 부처를 압박하는 힘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소비자행정의 사령탑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각 부처 업무를 조율하는 내각부 간부는 “후보로 거론되는 부처는 거의 모두 소극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맞서 이시바 지방장관이 “정부기관이 이토록 수도에 집중된 나라는 유례가 없다”며 지방이전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기관들은 조직의 일부만 옮기는 방안 등을 타협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일본에서도 1960년대부터 수도 기능을 분산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이 같은 거센 반대여론 때문에 지금까지 별 성과가 없는 실정이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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