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A씨(30세)는 주말을 맞아 친구들과 강원도 펜션으로 여행을 떠났다. 초행길이라 길을 정확히 알 수 없었던 A씨는 차량의 내비게이션이 고장난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러나 이내 스마트폰 앱을 구동해 목적지를 입력하고 여행을 떠났다. 차량에 부착했던 내비게이션과 달리 실시간 길찾기를 통해 A씨와 일행들은 목적지 예상시간보다 빠르게 도착할 수 있었다.
▲ 위부터 T맵, 국민내비 김기사, 올레내비, 네이버 지도 앱. SK플래닛, 록앤올, kt, 네이버 제공
최근 이처럼 모바일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는 비중이 늘면서 관련 업체간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네이버가 네이버지도 앱을 통해 내비게이션 앱 시장에 가세하면서 T맵, 국민내비 김기사, 올레내비 등 기존 업체의 판도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 'T맵-올레내비-김기사' 3분지계 깨질까
네이버의 가세로 현재 구축된 업계 점유율에 어떠한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현재 SK플래닛의 T맵은 월 800만명의 이용자가 사용하고 가입자만 1,800만명 가량을 확보해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T맵은 10년 넘게 쌓아온 빅데이터와 사용자 맞춤형 경로를 제공하는 점이 강점이다. 빠른 경로에 이용자의 패턴을 고려한 개인 특화형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특히 무선 통신 사업자 1위인 SK텔레콤 가입자에게 기본 제공되면서 탄탄한 수요층을 갖고 있고 T맵 택시와의 연동을 통해 서비스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 SK플래닛 모델들이 T맵의 제주도 관광 특화 콘텐츠를 소개하고 있다. SK플래닛 제공
SK플래닛은 자사의 콘텐츠를 통해 다양한 O2O 서비스로 고객 확보에 나선다. T맵 택시의 경우 연내 앱 안에서 간편결제 서비스 '시럽 페이'로 요금을 결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T맵 택시 미터기에 나오는 요금을 시럽페이에서 확인해 간편결제 서비스로 지불하는 방식이다. 더불어 한국스마트카드와 제휴를 통해 택시요금의 할인 및 결제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제주관광협회와의 협업을 통해 제주도의 주요 관광지 등 여행정보와 주변 할인정보도 함께 제공할 예정이다.
카카오를 등에 업은 김기사의 경우 가입자 1,000만명과 월 이용자 200여만명을 확보하고 있다. 김기사는 1분마다 실시간 업데이트되는 크라우드 소싱이 강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콘서트, 스포츠 경기 등 주변 행사 상황을 실시간 반영해 최적의 경로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 국민내비 김기사. 록앤올 제공
또 하나의 강점은 카카오다. 올 상반기 록앤올을 자회사로 인수한 카카오는 자사의 O2O 콘텐츠 '카카오택시'와 '카카오 대리운전'에 김기사를 활용하고 있다. 국민 메신저로 떠오른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O2O 콘텐츠를 통해 이용자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다.
반면 올레내비는 리뉴얼을 통해 시장 판도에 변화를 준다는 계획이다. 올레내비는 월 300만명의 이용자 수를 기록하며 월간 점유율 면에서는 김기사에 앞서 있다. 타사 서비스에 비해 실시간 길 안내 콘텐츠가 미비하다는 지적에 따라 빅데이터 솔루션 기반의 올레내비를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더불어 kt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가입자에게 무료로 지원돼 점유율 면에서도 경쟁력을 갖고 있다.
▲ 올레내비. kt 제공
그러나 포털업계 1위 네이버가 시장에 진입할 경우, 판도는 순식간에 역전될 전망이다. 가입자를 기반으로 한 수요층 확보면에서나 월간 이용자 수에서 기존 업체들보다 앞서 있기 때문. 실제로 네이버지도의 월 이용자는 현재 900만명에 달하며 앱 다운로드 수도 1,200만건이 넘는다.
네이버지도 앱은 로그인을 기반으로 한 PC와 모바일의 연동이 강점이다. 포털 사업을 운영하면서 축척된 빅테이터를 통해 최적화된 경로를 제공하며, 친숙한 UI를 통해 기존 네이버 고객을 유입시킬 예정이다. 음성인식과 주변검색, 미러링 등 커넥티드카 관련 기술도 도입해 지도앱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통신사에 구애받지 않는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
▲ 네이버 지도 앱의 내비게이션 구동 화면. 네이버 제공
검색과 콘텐츠를 갖춘 포털 네이버가 내비 시장에 진입하며 내비 앱이 스마트카·위치 검색·소셜네트워크(SNS) 등과 융합해 새 수요를 만드는 '서비스'로 재탄생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길 안내만 하던 내비가 차량 관리, 여행지 검색 및 탐색, 커뮤니티 모임 지원, 운전자 안전 관리 등을 제공하면서 고객 범위가 훨씬 더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SK플래닛과 카카오의 모바일 내비게이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네이버까지 합류해 업계 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그러나 이용자들이 본인의 입맛에 맞는 서비스를 한 가지만 선택한다는 점에서 제로섬 경쟁으로 치닫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 HW에서 SW로...내비 업체 생존전략 변화
매립형 내비게이션 제작업체들도 모바일 내비 앱 사업자와 힘을 합치는 추세로 변화하고 있다.
현대엠엔소프트는 네이버 지도 앱에 실시간 길 안내 기술 엔진을 제공하며 본격적인 내비 앱 시장 공략에 나섰다. 실시간 빠른 경로, 실시간 편한 경로, 무료 경로, 고속도로 우선 경로, 최단 경로, 자동차전용 제외 경로 등 6가지 경로 선택을 제공하는 내비 엔진이 네이버 지도에 탑재되는 것이다. 이 기술을 적용해 현대엠엔소프트가 지난해 6월 출시한 부터 내비 앱 맵피는 최근 2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한 바 있어, 네이버와의 시너지효과가 클 것으로 분석된다.
아이나비로 유명한 내비게이션 업체 팅크웨어는 kt와 힘을 합친다. 양사는 kt의 통신 운영 노하우와 팅크웨어의 빅데이터 솔루션 및 운전자 지원 시스템을 결합한 종합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팅크웨어는 국내 최초 증강현실 솔루션을 적용해 최첨단 운전자 지원시스템과 실사 3D 지도를 제공하는 아이나비X1을 출시한 바 있어 이러한 콘텐츠가 담길지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내비업계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들의 내비게이션 선택 현황을 살펴보면 거치·매립형 대신 스마트폰 앱을 활용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며 "다양한 콘텐츠 기술력을 갖춘 업체들이 관련 시장에 진입하면서 업계가 때 아닌 무한 경쟁체제를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채성오기자 cs86@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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