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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농약사이다 사건, 5일간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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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농약사이다 사건, 5일간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다

입력
2015.12.0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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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범행 입증 자신” vs 변호인 “직접 증거 없어” 공방

‘상주 농약사건’ 재판이 국내 최장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다. 재판부와 배심원단이 6명의 할머니들이 숨지거나 중상을 입은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떤 판결을 내릴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구지방법원 제11형사부(재판장 손봉기 부장판사)는 상주 농약사건 박모(82)피고인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을 7~11일 5일 연속으로 열어 증인심문과 전문가의견청취 등을 마친 뒤 마지막 날인 11일 결심과 선고공판을 마치기로 했다. 5일간 연속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리는 것은 대구경북에선 처음이며, 전국적으로도 이례적이다. 재력가 살인교사 구속기소된 김형식 전 서울시의원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이 6일간 열린 적 있다.

1주일간 매일 재판

재판은 7일부터 11일까지 매일 배심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릴 예정이다.

대구지방법원은 이를 위해 지난달 초 300명의 배심원후보들에게 재판사실을 통보했고, 최종적으로 재판에 참여할 배심원들은 7일 아침에 결정된다. 재판정에 들어갈 배심원은 모두 9명으로, 이 중 7명은 진짜 배심원, 2명은 예비배심원이다. 누가 진짜이고 예비인지는 법원만 알고 당사자나 언론, 검찰, 변호사 등은 일절 모르게 한다. 재판이 끝나고 평결에 들어갈 때에서야 통보하게 된다. 예비배심원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게 될 경우 혹시라도 제대로 심리를 하지 않을 것을 막기 위해서다.

배심원으로 결정된 시민은 합리적인 사유가 없는 한 의무적으로 법정에 나와야 한다. 법원 관계자는 “배심원에 선정되면 의무적으로 출석해야 한다”며 “자신이 아니면 가족을 돌볼 사람이 없다든지 등 합리적 사유가 있으면 불참할 수 있지만 단지 ‘나가기 싫다’는 이유로 거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배심원들에게는 하루 12만원의 여비(일당)가 지급된다.

11일까지 증인심문 등 모든 심리를 마치고 검찰의 구형 등 결심공판과 배심원단 평결, 재판부 선고까지 마친다는 계획이지만 예정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피고인 측이 혐의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데다 출석이 예정된 증인만 18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증인들 중에는 전문가들도 있지만 상당수가 고령의 촌로들이어서 법정에 제때 출석하지 못하는 돌발사태가 생길 수도 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재판 일정이 훨씬 더 길어질 수도 있다.

공판이 길어지면 다음 주에 따로 기일을 잡아 선고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 14~18일 주간에는 2, 3차례 열고 있는 공판일정을 잡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창과 방패 치열한 법정공방 예상

지난 7월 14일 경북 상주시 공성면 금계1리 마을회관에서 60~80대 할머니 6명이 사이다를 나눠 마신 뒤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이 중 2명이 숨졌다. 나머지 4명은 오랫동안 병원 치료를 받고 대부분 건강을 회복했다.

경찰 수사결과 문제의 사이다에는 판매가 금지된 고독성 농약이 들어 있었다. 경찰은 사건발생 3일만에 같은 마을에 사는 박모(82)할머니를 몰래 농약을 투입한 혐의로 체포해 같은 달 20일 구속했다. 하지만 박씨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함에 따라 유죄를 자신하는 검찰과 무죄를 주장하는 변호인 간에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검찰은 당시 사건현장에서 사이다를 마시지 않은 할머니가 범인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검찰은 기소 과정에서 박 피고인의 집에서 살충제 성분이 든 드링크병이 나온 점과 사이다병 뚜껑으로 사용된 드링크제 뚜껑과 유효기간이 같은 드링크제가 여러 병 발견된 점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또 박 피고인의 옷 등 21곳에서 문제의 농약성분이 검출된 데 대해 박 피고인 측이 쓰러진 할머니들의 입 주변에 묻은 거품 등을 닦아주다가 묻은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국과수 분석 결과 토사물에서는 농약성분이 나오지 않았다는 모순점을 지적하고 있다. 무혐의 입증을 위해 내세운 주장이 되레 피고인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어 보인다. 범행 은폐 정황이 촬영된 블랙박스 영상, 사건 전날 화투놀이를 하다 심하게 다퉜다는 피해자진술 등도 주요 범행증거로 내세웠다.

사건 당시 출동한 119구급대 구급차량 블랙박스 영상에는 박 피고인이 살충제 사이다를 마시고 마을회관 밖으로 뛰쳐나온 신모 할머니를 따라 나왔다가 다시 마을회관으로 들어가 55분간 신고하지 않은 채 그냥 있었던 장면이 찍혀 있다. 당시 방 안에는 다른 5명의 할머니가 거품을 문 채 쓰러져 있었지만 박 피고인은 이를 외면했다.

검찰은 우여곡절 끝에 거짓말탐지기조사 등 통함심리분석결과와 각종 증거 등에 비춰 박씨가 농약을 투입한 것이 확실하다며 유죄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경찰 수사단계에서 박 피고인은 거짓말탐지기 조사 자체를 거부했다.

하지만 변호인 측은 검찰이 고독성 살충제 구입 경로와 농약 투입 시기 등 직접증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70년 가까이 한 마을에서 가깝게 지낸 할머니들을 살해할 동기가 없다는 점도 강조한다. 일부 주민과 농지임대료 문제로 싸운 적은 있지만 3, 4년 전에 끝난 일이고, 10원짜리 화투놀이를 하다 싸웠다는 것도 확인되지 않았고 설사 그렇더라도 살해동기로 보기에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농약에 대해서도 변호인 측은 벼농사를 짓다가 그만둔 지 20년이 넘었기 때문에 살충제를 살 필요가 없고 실제로 구입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심리분석 결과도 피고인이 고령이어서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배심원단과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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