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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와 도박 사이.. 복권에 빠진 젊은이들

입력
2015.12.03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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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양가족 없어 구매 통제 어려워

단순한 재미 넘어 중독까지

연간 복권 판매액 3조원 돌파

“나에게 로또는 몇 천원의 투자로 잠깐의 설렘을 사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매주 토요일 낙첨에 괴로워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김준형(29ㆍ회사원ㆍ가명)씨

“매주 로또를 산다. 요행만 바라는 내 모습이 싫어질 때가 많다. 그런데 이거라도 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다시 로또를 사게 만든다.”-조미연(29ㆍ회사원ㆍ가명)씨

복권이 그저 ‘일주일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놀이에 머문다면 좋겠지만, 과도하게 몰입하면 결국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늪이 될 수 있다. 복권 또한 뜻밖의 행운을 바라는 이들의 심리를 공략한 사행산업이기 때문이다. 도박과 마찬가지로 복권에도 중독 증상(자가진단 테스트 참조)이 나타난다.

당첨 결과에 연연해 일상으로 쉽게 복귀하지 못하거나, 자신의 계획보다 훨씬 더 많은 돈과 시간을 로또에 허비하는 것. 정도가 심하면 당첨 한 번으로 현재의 어려움을 한꺼번에 타개할 수 있다는 ‘한탕주의’에 매몰되기도 한다. 물론 이들에게 낙첨은 더 큰 괴로움과 허탈감으로 다가온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미래가 불안한 20~30대는 로또가 주는 희망 고문에 더욱 취약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승협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는 “20~30대가 상대적으로 복권에 중독될 가능성이 높다. 중ㆍ장년층과 달리 부양해야 할 가족이 없으므로 구매액을 통제하지 못하고 소득의 상당 부분을 지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복권 시장은 점점 커지는 추세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는 복권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하고 있다. 복권위원회는 지난 9월 복권구입 불편 문제를 해결하고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3년에 걸쳐 2,000여 곳의 판매점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현재 6,375곳에 이르는 로또 판매점은 내년 1월부터 7,000곳 이상으로 늘어나고, 2017년까지는 8,000곳으로 덩치를 키울 예정이다. 2007년 2조2,646만2,200만원에 달하던 복권 판매액은 매년 조금씩 올라 지난해에는 3조원을 돌파했다.

결국 스스로 현명한 소비를 하는 것이 답이다. 복권위원회에서는 ‘복권 소비자 행동강령’을 통해 건전한 수준의 소비를 권고하고 있다. 구매 횟수와 금액을 정하고 반드시 한도를 넘지 않도록 구매하고, 당첨 결과에 목매지 않고 ‘이웃을 위해 기부했다’고 여기는 것이 좋다. 또 혼자 복권 구매에 몰두하기 보다는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즐기는 차원에서 구매하는 것도 복권 중독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허경주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이채윤 인턴기자(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3)

아래 관련기사에서 로또의 새로운 소비자로 떠오른 2030세대에 대해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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