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인턴유니온 위원장 이영철씨
"공공기관 인턴 처우 개선됐으면"
“비록 늦기는 했지만 국회가 지금이라도 인턴들에 대한 합당한 처우 개선으로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지난 10월 21일 출범한 국회인턴유니온의 초대위원장 이영철(27)씨는 2일“국민을 대표해 법을 만들고 정부를 감시하는 국회가 정작 인턴들의 노동권은 외면해 왔다. 이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토로했다. 국회인턴유니온은 국회 여야 의원실의 인턴 10명이 조직한 것으로 인턴이 만든 국내 첫 노조다.
대학 시절 이씨는 청년유니온에서 조합원으로 활동하며 청년일자리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지난 해 7월 국회 김제남 정의당 의원실에서 인턴 일을 시작한 것도 이런 문제들을 해결 하는데 작은 보탬이 되겠다는 포부에서였다. 그런 그가 인턴유니온을 조직하기로 결심한 것은 지난해 국정감사 기간인 10월. 시중의 노임단가에 훨씬 못 미치는 월급을 받으며 일하는 광산 노동자들의 하소연을 들으면서 문득 자신의 처지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국회에서 ‘농번기’로 불리는 국정감사 때면 인턴들은 방대한 업무 탓에 귀가를 포기하고 의원실에서 숙식을 해결하기 일쑤다. 하지만 이들은 기본급 120만원에 시간외 수당 13만7,000여원 등 한 달에 130만원 정도를 받는다. 시간외 수당은 월 16시간밖에 인정되지 않는다. 주 80시간에 가까운 실제 근무시간으로 따지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의원실마다 2명을 둘 수 있는 국회 인턴제도는 1999년 도입됐다. 이들은 정부 기관에 정책질의서를 보내거나 보도자료를 작성하는 등 사실상 입법보좌관들과 같은 업무를 하고 있지만 지난 8년간 월급은 한 푼도 오르지 않았다. 이씨는 “선거활동 기간에는 지역구로 내려가 자비로 집세와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어 적자를 보지 않으면 다행인 실정”이라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인턴 계약기간은 ‘2명 합계 22개월’로 제한돼 있어 인턴이 각각 11개월씩 일하면 1개월이 모자라 퇴직금을 못 받는 상황도 생긴다. 국회 내에 이런 인턴이 600명 가량 된다.
“국회판 ‘열정페이’를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결국 노조를 만들 수 밖에 없었다”고 이씨는 설명한다. 인턴유니온은 사용자인 국회사무처와 7일 첫 교섭에 나서는데 기본급 현실화(150만원으로 인상)와 퇴직금 수령을 위한 계약기간의 연장 및 입법보조원의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물론 현실적인 제약은 있다. 19대 국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내년 총선 전까지 교섭을 마무리하지 못하면 논의가 흐지부지 될 수도 있다. 10명으로 시작한 인턴유니온의 조합원은 현재 30명까지 늘어났지만 계약 기간이 정해져 있어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인턴유니온은 이 활동이 청년들의 권리 향상에 도움이 되리라 믿고 있다. 이씨는 “그 어떤 곳보다 상징적인 국회에서 인턴에 대한 문제의식이 싹 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이번 일을 계기로 다른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들이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인 인턴들의 처우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장재진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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