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상품가격 ‘‘40세 남성’ 기준으로만 비교 가능
가격만 부각시켜 ‘보험상품 하향 평준화’ 우려도

일명 보험슈퍼마켓이라 불리는 ‘보험다모아’가 지난달 30일 문을 열었습니다. 보험다모아는 단독실손(25개), 자동차(11개), 여행자(7개), 연금(36개), 보장성(85개), 저축성(43개) 등 총 207개의 보험상품을 모아 놓은 가격비교사이트입니다. 개설 첫날에만 6만2,700여명이 방문하며 소비자들의 관심도 뜨거웠죠.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일까요. 아직 개선해야 할 점도 적지 않아 보입니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다모아는 소비자가 다양한 보험상품의 가격을 한 눈에 비교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근본 목적입니다. 그런데 기본정보만 입력하면 원하는 상품들이 낮은 가격 순으로 정렬된다던 애초 홍보와는 달리, 여전히 대부분의 상품은 정해진 기준으로만 가격이 제공되고 있습니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건 자동차보험과 단독실손의료보험입니다. 각각 나이, 보장내역 등 3~7가지 정도의 기본정보를 입력하면 그에 따른 보험상품이 실제 낮은 가격 순으로 정렬됩니다.
하지만 여행자, 연금, 보장성 보험 등은 비교 기준이 ‘40세 남성ㆍ상해1급(사무직 종사자 등)’ 등으로 정해져 있어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소비자는 가격비교가 불가능합니다. 특히 더 난감한 건 질병ㆍ상해보험 등이 포함돼 있는 보장성보험입니다. 성별이나 연령에 따라 자주 걸리는 질환과 위험의 정도가 다르니 필연적으로 보험료 차이가 큰데 현재 보험다모아에서는 이를 알아낼 방법이 없습니다. 만약 20세 여성이 40세 남성 기준의 보험다모아 가격비교를 보고 무작정 상품을 선택한다면 원치 않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40세 남성’이라는 기준은 사실 기존의 손해ㆍ생명보험협회 상품비교공시 기준입니다. 대략 40세 남성이 보험의 주 고객층이다 보니 협회가 이에 맞춰 상품을 공시하도록 한 것이죠. 하지만 보험다모아는 온라인 서비스라는 특성상 가격민감도가 높은 20~30대 소비자가 주 이용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과 ‘보험상품의 가격비교’라는 근본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비교 기준을 서둘러 세분화할 필요가 느껴집니다.
보험다모아에 대한 불만과 우려는 보험업계 내부에서도 심심찮게 쏟아집니다. 비교 기준이 가격뿐인 보험다모아가 결국 ‘저보장 저보험료’ 상품을 대거 만들어내 보험상품을 ‘하향평준화’ 시킬 것이란 겁니다. 보험다모아가 빛 좋은 개살구가 되지 않기 위해 앞으로 보다 섬세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김진주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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