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에서 ‘이빠이’를 모르면 미식가 축에 못 든다. ‘이빠이’는 독특한 메뉴로 구미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신흥 맛집이다. 메인 메뉴인 화로 초밥은 차병기(34) 사장이 직접 개발한 메뉴로 얇게 저민 소고기를 숯불에 살짝 구워 초밥에 얹어 먹는다. 따끈한 사케 한잔을 곁들이면 찬바람 부는 계절에 그 이상의 별미가 없다.
‘이빠이’는 2013년 7월 문을 열었다. 만 2년 만에 구미에만 체인점이 4곳이 생겼다. 김천 ‘이빠이’ 체인점은 문을 연지 2달 만에 동종 업계에서 최고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유사업체도 등장했다. 한우만 쓰는 ‘이빠이’와 달리 수입 소고기를 쓰는 까닭에 맛 차이는 나지만 벌써 네다섯 군데서 성업 중이다. ‘이빠이’가 화로 초밥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경험도 없는데 어떻게...” “경험 쌓으려고 장사”
차 사장은 22살 때부터 장사를 시작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병역특례로 방위산업체에서 2년간 근무한 후 바로 장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반대가 많았다. 경험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차 사장은 부모님과 친척들에게 “경험을 쌓으려고 장사하는 것”이라면서 구미 인동에 캐주얼 옷가게를 열었다.
당시 인동에는 여성복점은 많아도 캐주얼 가게는 없었다. 여자 회사원들이 새로운 패션에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다. 불과 6개월 만에 분점을 열었다. 3년 가까이 매년 10억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너무 이른 성공은 오히려 독이 되기도 했다.
“어머니께서 늘 그랬어요. 돈 관리 잘해라. 돈 함부로 빌려주지 마라. 장사가 기울기 전까진 그 말을 이해 못했어요.”
돈은 많이 벌었지만 여기 저기 투자하느라 손실이 많이 생겼다. 시간이 흐르면서 인근에 옷 가게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옷가게의 경쟁력도 떨어졌다. 결국 2012년 겨울에 문을 닫았다. 하지만 잃은 것보단 얻은 게 많았다.
“좋은 경험을 얻었죠. 지금의 성공이 그때 산전수전 겪은 덕이라는 건 두말 할 필요가 없습니다.”
후배들 사이에서 어느덧 ‘장사의 신’ 등극
음식점을 열겠다고 했을 때도 주위에서 말렸다. 음식 장사는 처음이라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그가 내놓은 대답은 “장사의 원리는 같다. 경험을 통해 배운 노하우를 꼼꼼하게적용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화로 초밥이라는 신메뉴로 자신의 신념을 증명해냈다.
‘이빠이’ 성공 덕에 친구들 사이에서는 ‘장사의 신(神)’으로 통한다. 유명세덕에 장사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고 찾아오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는 “한살이라도 어릴 때, 일단은 작은 규모로 장사를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실패 하더라도 너무 큰 손실을 입지 않을 정도의 규모로 장사를 시작해 조금씩 경험을 쌓아가라는 뜻이다. 그 다음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주관이다. “자기 제품에 대한 신념이 흔들리면 안 됩니다. ‘팔랑 귀’로 불리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사람이 식당을 열면 매주 음식 맛이 바뀌죠. 그래선 단골을 만들 수 없습니다. 전문가의 말은 들어야 하지만 이 사람 저 사람 말 다 들으면 제품이 산으로 갑니다. 제가 10년 넘게 장사하면서 터득한 노하우입니다.”
김광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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