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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 아닌 김비자 총장?

입력
2015.12.02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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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남 검찰총장이 2일 오전 취임식이 열리는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취임식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수남 검찰총장이 2일 오전 취임식이 열리는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취임식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수남(56ㆍ사법연수원 16기ㆍ사진) 신임 검찰총장이 2일 제41대 검찰총장에 취임했다. 2년 임기를 감안하면 사실상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이 되는 그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 회복과 부패수사 역량 강화라는 숙제를 안게 됐다.

김 총장은 이날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법을 통한 부국강병론자인 법가 한비자(韓非子)를 두 차례 언급하며 ‘법치’를 강조했다. 법조계에선 한비(韓非)가 아닌 ‘김비(金非)’란 말이 나왔다. 김 총장은 먼저 ‘법을 받듦이 강하면 강한 나라가 된다(奉法者强 則國强)’며 법질서 확립을 거론한 뒤 ‘법은 신분이 귀한 사람에게 아부하지 않는다(法不阿貴)’며 성역없는 법집행을 약속했다.

김 총장은 법치와 관련해 법질서 훼손 사안으로 최근의 공안 사건을 거론했다. 그는 “최근 폭력 시위행태가 용인의 한도를 넘어섰다“면서 “불법과 폭력은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집회ㆍ시위 현장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이를 선동하고 비호하는 세력까지 철저히 수사해 불법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공안 역량을 재정비하고, 효율적인 수사체계 구축과 적극적인 수사로 체제전복 세력이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원천봉쇄 해야 한다”는 주문도 했다.

김 총장이 취임 일성으로 공안 문제를 직접 거론하면서 일부에선 공안 정국이 몰아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김 총장은 이와 함께 “부정부패는 사회통합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라며 사회지도층 비리, 기업ㆍ금융비리, 방위사업비리를 우리 사회의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비리로 지목하고 발본색원을 다짐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사회지도층과 기업 비리에 대한 사정수사가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특수수사 역량이 떨어졌다는 지적과 관련해 김 총장은 “부패사범 수사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효율적인 수사시스템을 강구하고, 특별수사 역량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부정부패 수사에 대해 “새가 알을 부화시키듯이 정성스럽게, 영명한 고양이가 먹이를 취하듯이 적시에 신속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해, 검찰의 특수수사 관행에 변화가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김 총장은 또 검찰의 법 집행에 대해 “수사의 객관성ㆍ공정성은 검찰의 존재 이유”라면서 “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국민의 목소리를 명심하고, 어떠한 사건이든 정치적 고려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취임식 뒤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고 방명록에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뜻을 기려 법질서 확립에 신명을 바치겠다“고 적었다. 김 총장은 대구 청구고를 나온 TK(대구ㆍ경북) 출신으로 특수ㆍ공안 수사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수원지검장 시절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수사를 지휘했고 서울중앙지검장, 대검 차장을 역임했다.

김청환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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