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남 검찰총장이 2일 취임했다. 김 총장이 취임사에서 언급한 첫 번째 과제는 법질서 확립이다. 김 총장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국가 존립과 발전의 근간임을 명심하고 헌법가치를 부정하는 세력에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우선 공안역량을 재정비하겠다고도 했다. 김 총장은 취임사의 상당 부분을 불법ㆍ폭력 시위에 대한 단호한 대처에 할애했다. 검찰의 기본적 역할이 법질서 확립인 것은 당연하지만 현재 검찰이 처한 상황으로 볼 때 폭력시위 엄벌이 최우선 과제인지는 의문이다.
김 총장은 2017년 12월까지 박근혜 정부 후반 2년 동안 검찰을 이끌게 된다. 내년에 총선을 거쳐 후년 대선 직전에 임기가 끝난다. 각종 의혹과 상호 비방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다. 역대 정권에서 보듯 임기 말에는 권력형 비리도 자연스레 모습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2007년 대선 직전에는 이명박 후보의 BBK 의혹이 불거져 정국이 요동쳤다. 2012년에는 대선을 며칠 앞두고 국정원 댓글 사건이 터졌다. 이렇게 볼 때 정권 막바지 검찰 수장을 맡은 김 총장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정치적 중립이어야 한다. 김 총장의 출신지역이 박 대통령의 정치적 근거지인 TK(대구ㆍ경북)인 점을 감안하면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다.
이런 당연한 기대와 요구에도 불구하고 김 총장이 취임사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전임 김진태 총장은 정치적 독립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정윤회 문건’ 수사와 성완종 리스트 수사 등에서 지나치게 청와대를 의식하는 모습을 보였다. 포스코 수사와 자원외교 수사에서도 청와대 하명과 가이드라인에 따라 수사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 총장은 이런 안팎의 지적을 감안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소신과 구체적인 계획부터 밝혔어야 했다.
최근 우려가 커진 검찰의 수사역량 강화에 대한 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것도 실망스럽다. 지금의 검찰 시스템이 거악(巨惡)을 척결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데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 검찰은 8개월간 포스코를 수사하고도 비리 핵심으로 지목된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 등을 불구속 기소하는 데 그쳤다. 대형 비리사건에 대응하는 수사력 보완과 서울중앙지검의 권한 증대로 인한 청와대의 검찰권 개입 심화는 시급히 바로잡아야 한다.
폭력시위 엄벌은 굳이 검찰이 앞장서지 않고 경찰만으로도 감당할 수 있다. 검찰은 훨씬 깊고 멀리 봐야 한다. 김 총장은 현 시점에서 검찰이 담당해야 할 우선적 과제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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