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브루스 형님, 오랜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브루스 형님, 오랜만!

입력
2015.12.02 20:00
0 0

서른 즈음, 무술을 익히려 한 적 있다. 액션영화 키드가 이연걸이나 견자단의 영화에 빠져 호기 부리는 차원은 아니었다고 믿는다. 우연히 이소룡의 무예교본을 보고 갑자기 발심했었다. 그의 아포리즘에 매혹됐던 거다. 가령, “부분적이며 단편적인 패턴을 사용하여 어떻게 전체를 향해 반응할 수 있을까?”하는 말들. 마침, 방만했던 청춘의 후유증에 시달리며 시골집에서 유폐되다시피 지내던 참이었다. 매일 산을 오르고, 팔굽혀펴기를 수시로 했으며, 나무들에게 발차기를 했다. 그렇게 석 달 정도 훈련하니 그 동안 쌓였던 몸의 체증이 살짝 가라앉았다. 하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평균을 약간 밑도는 근골에 지구력과 근성 부족이라 자인하는 바. 다시 술과 담배와 자학의 나날들. 한때 수련했던 스스로를 악착 같이 배반이라도 하려는 생활이 이어졌다. 자연, 사물과 사태를 인식하는 시야가 흐려졌다. 내가 누구든 상관없다는 식의 공소함이 삶 전반을 에워쌌다. 안 해봐도 모든 걸 다 알겠다는 투의 이십대의 치기도 되살아났다. 그렇게 시간이 갔다. 세상이 조금은 바뀔 줄 알았으나 더 안 좋은 방향으로 흐르고, 나 역시 점점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갔다. 늦은 자각. 그래, 문득 이소룡 책을 펼쳤다. 그러곤 오랜만에 팔굽혀펴기를 했다. 숨이 금세 가빠졌으나 그 가녀린 숨 가닥 가닥을 쇠로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꺄오~.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