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안정리 ‘팽성시스타’
평균 나이 65세… 82세 신입도
전국대회서 2년 연속 금상 수상
‘쉐이크 잇(shake it)~ 쉐이크 잇(shake it)~’
1일 오전 경기 평택시 팽성읍 안정리 팽성예술창작공간(아트 캠프/ㆍ
Art Camp) 2층 ‘와글와글 연습실’에서 걸그룹 시스타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뜻밖에도 나이 지긋한 할머니들이 신나는 음악에 맞춰 치어리딩 연습에 한창이었다. 마루와 거울 인테리어 등 아이돌 스타의 연습실 같은 이곳에서 젊은이들 못지 않은 열정을 뽐내고 있는 이들은 치어리딩팀 ‘팽성시스타’. 평균 연령 65세의 할머니들로 구성된 국내 최초의 시니어 군단이다.
팽성시스타가 탄생한 것은 지난해 3월 경기문화재단이 옛 평택보건지소를 3억여 원을 들여 리모델링, 커뮤니티 공간으로 내놓으면서다. K-6(캠프 험프리스) 미군기지촌으로 낙후된 마을을 되살리려는 의도였다.
재단 직원들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단원을 모았고 전문 강사를 초빙해 지도했다. 김윤환 아트캠프 총감독은 “기지촌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해소하고 건강한 공동체를 회복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아이디어를 낸 것”이라고 했다.
최초 5명으로 출발한 팀은 현재는 21명으로 늘었다. 지난달에는 82세 박인실 할머니가 신입 단원으로 들어올 만큼 인지도도 높아졌다.
박 할머니는 “연습한지 몇 주되지는 않았지만, 젊은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니 희열과 성취감을 느낀다”고 웃었다. 박 할머니는 스트레칭 등의 효과로 쑤시고 결리던 무릎과 허리도 나아가고 있다고 했다.
팽성시스타는 매주 1,2차례 모여 꾸준히 연습하고 있다. 소녀시대의 ‘댄싱 퀸’, 장윤정의 ‘트위스트’ 등의 노래에 맞춰 땀을 흘리다 보면 하루가 시간가는 줄 모르게 지난다고 할머니들은 입을 모았다. 지난해 12월과 올 5월 전국 대회에 나가선 일반 댄스부문 금상을 내리 수상할 정도로 실력도 늘었다.
창단 멤버 이종숙(60ㆍ여)씨는 “작년 대회에 나갔을 때는 떨렸지만 올해는 틀리지도 않고 잘했다”며 “관객들의 함성을 들을 때 짜릿했다”고 손뼉을 쳤다. 이씨는 남편(65)과 아들(35), 딸(32)이 든든한 후원자라며 자랑도 아끼지 않았다.
팽성시스타는 동네에서 열리는 축제나 공연에도 빠지지 않고 초대받는 스타이기도 하다. 지난 9월 마토예술제와 10월 평택코스튬플레이페스티벌 등에서 오프닝 공연을 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팽성시스타의 연습과 대회출전 일정 조정, 의상 준비 등 뒷일을 도맡고 있는 진주희(37ㆍ여)씨는 “팽성시스터즈였던 이름을 할머니들이 직접 팽성시스타로 바꿨는데 이제는 그 이름처럼 모두가 즐겁고 건강하게 인생을 사는 스타가 됐다”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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