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Amazon).
이보다 더 강한 흡입력 있는 단어의 여행지가 있을까. 세상의 초록을 한데 모아놓은 듯한 열대 밀림과 그 조밀한 숲에 생명을 불어넣는 거대한 강이 어우러진 야생의 공간. 강물엔 대서양보다 더 많은 종류의 물고기가 살고 있고, 숲 속엔 아직도 그 이름과 계통을 알 수 없는 새와 곤충, 들짐승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세계적인 인터넷 종합 쇼핑몰인 아마존도 강하게 끌어당기는 단어의 힘에 이끌려 그 이름을 지었으리라.
어느 날 꿈에 그리던 그 아마존으로부터 초대장이 날아왔다. 첫사랑만큼의 긴장과 설렘을 안고 아마존의 품 속으로 흔쾌히 빨려 들어갔다.
길이 6,992㎞인 아마존강의 시원은 페루의 안데스산맥이다. 만년설에서 녹아 내린 물들이 합쳐지며 도도히 흐르는 장강을 만들어 낸 것이다. ‘녹색의 지옥’으로 불릴 정도로 조밀한 열대우림인 아마존유역엔 믿을 수 없을 만큼의 풍요로운 생태계가 펼쳐진다. 그중에서도 안데스에 인접한 상류지역의 식생이 더 풍부한데 이는 비옥한 화산토양과 외부와의 접근이 쉽지 않은 지리적 조건 때문이다. 이번에 찾은 아마존은 그 풍요로운 생태의 땅인 페루 아마존(Peruvian Amazon)이다.
페루 아마존의 중심도시인 이키토스(Iquitos)에서 아마존강과 처음 맞닥뜨렸다. 황토를 풀어놓은 듯한 벌건 강물이 도도히 흘렀고, 강물엔 아름드리 나무 둥치들이 둥실 떠 있었다. 거대한 호수를 지치듯 보트가 내달렸다. 적도의 태양은 뜨거웠고 강변의 열대림은 푸르렀다.
캐노피워크 정글 트레킹
이키토스에서 1시간 거리인 세이바 톱스 롯지에서 밤을 보낸 뒤 다음 날 새벽 스피드보트에 몸을 실었다. 정글트레킹을 위해 나선 걸음이다. 스피드보트는 시속 80~90㎞의 무서운 속도로 내달리지만 강물이 워낙 넓다 보니 속도감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강가의 작은 마을들을 스친다. 이제 막 동이 튼 이른 시간임에도 마을의 선착장엔 아이들이 물을 긷거나 물고기를 잡는 등 분주했다. 전기 없이 보낸 지난밤의 무료함이 아이들을 아침 일찍 일으켜 세웠을 것이다.
그렇게 1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곳은 엑스플로르나포 롯지. 이곳은 객실에 전기도 안 들어오고 화장실과 샤워실을 공용으로 사용해야 하는 불편함에도 지난밤 묶었던 에어컨에 풀장까지 갖춘 세이바 톱스 롯지 보다 비싸다고 한다. 연료 등 필요한 자재의 운송비가 더 드는 데다 범접할 수 없는 원시자연 속에 있다는 것이 그 이유라고. 주변에 롯지 외에 그 어떤 마을도 없는 아마존의 순수 자연환경이란다. 벌목도 허용되지 않는 보호구역이다.
롯지의 입구에서 카피바라가 손님을 맞았다. 지구상에 가장 몸집이 큰 설치류다. 제주 토종돼지 크기에 유순하게 생겼다. 나무늘보만큼 느리게 움직였고 사람을 피하지 않았다. 이 외진 롯지에서도 와이파이가 통했다. 정글 한복판에까지 와이파이 중계기를 갖춰야 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식수나 식량만큼 스마트폰이 절실해진 세상인가보다.
롯지에서 늦은 아침식사를 마치고 떠난 정글트레킹. 짙은 초록 그늘이 드리워진 숲길을 따라 걸었다. 롯지 가이드 세살(35)은 한 달을 꼬박 걸어가도 밀림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양한 식생의 풀과 나무를 지나 도착한 곳은 ACTS 캐노피워크다. 아마존의 자연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나무 위 정글 생태를 관찰하기 위해 1991년에 조성한 나무 위 흔들다리다. 높고 굵은 둥치의 나무 14개를 골라 이를 흔들다리로 연결해 밀림의 최상부까지 올라가 주변을 내려다볼 수 있게 만든 시설이다.
아마존의 초록 허공을 걷는 길이다. 최고 높이 35m에 올라서 내려다본 정글 또한 초록으로 가득했다. 초록 밀림의 지평선이 막막해 보였다.
캐노피워크 탐험을 끝내고 롯지로 돌아오는 길 한 약초농장에 들렀다. 인디언족 샤먼이 아마존 약초의 효능을 일러 주는 곳이다. 서양의 의료기술이 들어오기 전 고대로부터 원시부족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온 천연 치료방법이다. 이들이 소개한 특이한 식물들 몇몇은 현대의학의 한 재료로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샤먼으로부터 약초 설명에 이어 정신을 맑게 해 준다는 의식을 받고 난 후 롯지로 돌아왔다. 맛난 점심으로 허기진 배를 때운 뒤 땀으로 흠뻑 젖은 몸을 해먹에 싣고는 잠시나마 고단함을 잊는다. 밀림에선 새와 원숭이 울음소리가 간간이 울려 퍼지고,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공기가 코끝을 간질였다.
피라냐 낚시의 짜릿한 손맛
다음날 오전 배를 타고 아마존강을 가로 질렀다. 갑자기 가이드 세살이 엔진을 멈추게 하곤 수면을 가리켰다. 아마존의 명물인 분홍돌고래가 있다며. 숨을 쉬기 위해 잠시 머리를 물 밖으로 내미는 그 찰나를 놓치면 안 되기에 긴장 또 긴장이다. 어디서 튀어 오를지 몰라 연신 눈을 돌린다. 순간 물밖에 분홍빛 살덩이가 잠깐 비쳤다가 카메라를 조준하는 그 짧은 순간 사라지고 말았다.
분홍돌고래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찾은 곳은 아마존강의 작은 지류다. 피라냐 낚시를 위해서다. 작게 썰어 온 쇠고기를 낚싯바늘에 달아 물에 내리자마자 푸드득 입질이 시작됐다. 금세 들어 올렸지만 미끼만 쏙 빠져나가고 없다. 그렇게 한 주먹가량의 미끼를 갖다 바친 후, 마침내 치켜든 낚싯대에 피라냐가 걸려 올라왔다. 그 손맛이 짜릿함이란. 낚싯줄에 매달려 펄떡거리는 그 놈을 함부로 손에 쥘 수는 없다. 인육도 마다하지 않는 강한 이빨을 지닌 피랴냐가 아닌가.
피라냐 낚시 체험을 마치고 들른 곳은 강변의 동물 레스큐센터. 암시장 등에서 우리에 갇혀 있던 아마존 야생동물을 데려와 치료해선 다시 숲으로 돌려보내는 일을 하는 곳이다. 사실 밀림에서 아마존의 야생동물을 직접 마주하기는 쉽지 않다. 동물원은 아니지만 이 레스큐센터에서 아마존의 동물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다. 울리원숭이 등 5종의 원숭이와 앵무새, 아나콘다, 나무늘보 등이 탐방객을 만나 재롱을 떤다. 선사시대 거북인 마타마타의 흉측한 생김새에 놀라고, 나무늘보를 안거나 아나콘다를 쓰다듬을 수 있다.
이키토스(페루)=이성원기자 sung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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