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 부부가 딸의 출산을 계기로 자신들이 보유한 페이스북 지분 99%를 생전에 기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는 이들 부부가 가진 거의 전 재산으로 시가 450억달러(약 52조원)에 달한다. 이들은 딸 맥스에게 보낸 편지에서 “모든 부모들처럼 우리는 네가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자라기를 바란다”며 “이는 너를 사랑해서이기도 하지만, 다음 세대 모든 어린이를 위한 도덕적 의무이기도 하다”고 감동적인 취지를 밝혔다. 갓 서른을 넘긴 저커버그가 스스로 쌓아 올린 부와 명성에 탐닉하지 않고 딸에 대한 사랑을 인류사회에 대한 공헌으로 승화시키려는 모습은 심금을 울린다. 아름다운 기부의 전형이다.
자본주의 본거지인 미국사회에 오히려 저커버그처럼 엄청난 액수의 기부를 했거나, 약속한 부호들이 많다. 천문학적 액수의 기부행진을 계속해오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 부부는 세 자녀에게는 재산의 극히 일부(0.005% 수준)인 1,000만 달러 이하만 상속키로 공언했다. 그는 ‘더 기빙 플레지’ (The Giving Pledge) 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죽기 전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내놓자는 것이다. 캠페인에는 저커버그를 비롯한 워런 버핏, 마이클 블룸버그, 데이비드 록펠러 등 200여명이 동참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도 죽기 전 8억 달러에 달하는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했다.
우리는 어떤가. 재벌 총수들이 연말이면 수백억 목돈의 기부금을 내지만, 알고 보면 회사 돈으로 생색내기가 대부분이다. 대림산업 이준용 명예회장 말고는 재산을 자식 아닌 사회에 물려주겠다고 나서는 이도 없다. 전형적인 세습자본주의다. 물론 제도적 뒷받침도 부실하다. 215억원을 기부하고 225억원의 증여세를 부과 받은 황필상씨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소득세법 개정으로 지난해부터 기부자에 대한 세금혜택이 줄어든 것도 기부문화를 퇴행시킨 요인이다. 법 개정에 따라 올해 세수증가는 3,057억원에 불과하지만, 기부총액은 2조376억원이 줄어들 것으로 관측됐다. 정부도 ‘최고의 기부는 세금’이라는 도그마에서 빠져나올 일이다.
기부는 정부가 해결하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를 담당하는 중요한 사회적 기능을 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기부는 한 사회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척도다. 저커버그의 기부를 보면서 우리의 척박한 기부문화와 사회의 미성숙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우선 정부 차원에서라도 기부를 빙자한 탈세나 편법 증여ㆍ상속은 철저히 막되, 선의의 기부에 대해서는 혜택이 돌아가도록 제도를 손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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