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할 때부터, 그리고 출국하는 날까지도 박병호(29ㆍ미네소타)의 의지는 단호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미네소타와 계약을 위해 출국하기에 앞서 “언론이나 팬 분들은 좋게 봐 주시지만 그 쪽(미네소타) 생각은 다를 수도 있다”며 연봉금액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출국 3일 만에 일사천리로 계약에 성공했다. ‘돈’보다 ‘꿈’을 택했기에 가능한 박병호의 적극적인 행보였다. 5년 최대 1,800만 달러(약 208억4,400만원). 미국 언론들은 당초 강정호(28ㆍ피츠버그)의 계약 전례를 고려해 박병호의 연봉을 추산했다. 강정호는 500만2,015달러의 포스팅 응찰액을 기록했다. 박병호의 응찰액은 그 두 배가 조금 넘는 1,285만달러다. 일반적으로 연봉이 포스팅 금액과 비례한다는 점에서 박병호의 계약 금액이 강정호를 훨씬 웃돌 것으로 예상됐던 이유다. 그러나 결과를 보니 박병호의 연봉은 강정호와 거의 차이가 없다. 강정호는 5년째 옵션을 포함해 1,625만달러에 피츠버그와 계약했다. 박병호는 이보다 225만달러 많을 뿐이다. NBC스포츠는 “포스팅 금액(1,285만달러)까지 합치면 4년간 총 2,485만달러인데, 예상했던 최대치보다 현저히 적다”고 보도했다. 폭스스포츠의 켄 로젠탈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박병호의 계약은 포스팅 시스템의 불공평함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아시아 팀들도 FA(자유계약선수)가 되기 전에 선수를 내보내는 것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 하는데 시스템이 선수에게 좋지 않게 작용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히려 당사자인 박병호는 개의치 않고 있다. 그는 출국 전 “에이전트에게 미네소타가 제시한 총액이 어느 정도인지 들었다”며 “팬들이 기대하시는 정도의 큰 금액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병호는 성남고 시절 4연타석 홈런을 때리며 특급 유망주로 분류돼 LG에 1차 지명으로 입단했다. 하지만 프로의 벽에 부딪혀 2군에 머물던 시간이 많았고, ‘비운의 천재’로 남는 듯했다. 넥센으로 트레이드되면서 인생 역전에 성공했지만 어려운 시절을 겪었던 그에게 일정 수준 이상에서 돈 한푼 더 받고 덜 받고는 의미가 없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