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적 외화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이 동남아 캄보디아의 세계적 문화유적지 앙코르와트에 1,000만달러(120억원) 규모의 문화ㆍ관광 투자에 나섰다. 그러나 대표적 친북 국가인 캄보디아 안팎에서도 국가 이미지가 최악인 북한을 끌어 들인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1일 미국의소리(VOA)와 현지 영자신문 ‘프놈펜 포스트’에 따르면 앙코르와트 사원 인근에 북한이 건립한 박물관이 4일 개관 예정이다. 앙코르와트 사원을 관리하는 ‘압사라’의 롱 코살 대변인은 “북한 측이 앞으로 10년 간 박물관을 운영하면서 입장료 수입을 받고 투자금을 회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이후에는 박물관이 캄보디아 정부에 기증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앙코르와트 사원에서 3㎞ 떨어진 곳에 1,000만달러를 투입, ‘그랜드 파노라마 박물관’을 지은 것. 이를 위해 북한에서 50명이 넘는 예술가가 파견됐는데, 4만㎡ 부지 위에 건립된 이 박물관에는 9세기에서 15세기 캄보디아의 고대왕국 크메르제국의 지도자와 사원의 모습을 담은 그림들이 전시될 예정이다. 특히 가로 120m, 높이 13m 크기의 대형 모자이크 벽화와 3차원 입체영상 상영관도 마련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NHK 방송은 박물관 입장료를 1인당 15달러 가량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앙코르와트를 찾는 연간 방문객이 400만명에 달하는 걸 감안하면 북한의 투자 원금 회부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일부 외신은 북한이 캄보디아 정부와 박물관 이용료 징수 방식을 놓고 갈등을 빚은 것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북한은 앙코르와트를 종합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 자유이용권에 박물관을 포함시켜 일정 수익을 보장받는 방법을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료 징수 방식과 관련, 양측의 이견이 어떻게 해결됐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경제사정과 어울리지 않는 북한의 해외투자 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과 캄보디아 정권 고위층의 친분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두 나라는 1964년 수교를 했는데, 노로돔 시아누크 전 캄보디아 국왕이 쿠데타로 한때 실각한 직후 김일성에게 몸을 의탁한 인연으로 양국 관계가 긴밀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북한의 박물관 운영에 대해 국제인권단체 휴먼워치는 “세계적 문화유산인 앙코르와트에 인권사각 지대인 북한 자본의 투자를 허용하는 것은 캄보디아의 전통에 먹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관광객들은 절대로 북한 박물관을 방문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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