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세의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영접하기 위해 노구를 이끌고 공항에 직접 나갔다. 중국 주도로 이달 말 출범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매년 150억달러의 자금을 풀겠다고 밝혔다. 위안화가 3대 통화의 반열에 오른 데 이어 중국 위안화 파워를 여실히 보여주는 두 장면이다.
중국 관영 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1일(현지시간)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와 함께 짐바브웨의 수도 하라레 공항을 찾았다. 활주로엔 1924년생인 무가베 대통령이 부인은 물론 부통령과 외무장관 등을 모두 대동한 채 기다리고 있었다. 시 주석을 환영하는 21발의 예포가 발사되고 의장대 사열이 이어졌다. 시 주석이 시내로 향할 때는 거리에 수만명이 나와 손을 흔들었다. 일부 매체는 환영 인파를 4만여명으로 추산했다.
이러한 환대에는 중국이 시 주석의 방문을 계기로 짐바브웨에 10억 달러 이상의 차관을 지원할 것이란 약속에 대한 보답이 담겨 있다. 시 주석은 짐바브웨에 도착해 “더 많은 중국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중국과 짐바브웨는 영국 식민지에서 독립한 1980년4월18일 당일 수교를 맺는 등 각별한 관계이기도 하다. 당시 실세 총리가 바로 현 무가베 대통령이다. 인권 탄압을 일삼으며 35년 독재 정치를 펴 서방 국가들로부터 외면 받을 때도 중국은 그를 지지했다.
중국의 위안화 파워를 보여주는 장면은 또 있다. 진리췬(金立群) AIIB 초대 행장은 1일 베이징(北京)에서 “AIIB가 이달 말 정식 출범할 것이며, 연간 100억~150억달러의 자금을 개도국 등에게 대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AIIB는 미일이 주도하고 있는 세계은행(WB)이나 아시아개발은행(ADB)보다 대출 조건을 완화하고 융통성도 발휘, 인프라 수요에 대한 자금 줄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AIIB의 융자 화폐는 일단 달러화다. 진 행장은 “달러화가 여전히 AIIB 운영 화폐의 첫 번째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위안화가 SDR 편입에 성공한 만큼 국제 지불 시장에서 위안화의 지위 상승 등이 뚜렷해진다면 미래엔 위안화의 융자 수요도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 여운을 남겼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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