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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참치배달로 돌아간 '흙수저' 밴드 중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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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참치배달로 돌아간 '흙수저' 밴드 중식이

입력
2015.12.02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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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틱이 없어 손으로 드럼을 쳤다. 그러더니 정중식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흥얼거리며 노래를 부른다. 밴드 중식이가 서울 통인시장 인근 클럽 몽키비즈니스에서 벌인 즉흥 무대다. 고영권기자 youngkoh@hankookilbo.co.kr
스틱이 없어 손으로 드럼을 쳤다. 그러더니 정중식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흥얼거리며 노래를 부른다. 밴드 중식이가 서울 통인시장 인근 클럽 몽키비즈니스에서 벌인 즉흥 무대다. 고영권기자 youngkoh@hankookilbo.co.kr

밴드 중식이 멤버인 정중식(32)은 결혼까지 생각했던 한 살 많은 여자친구와 크리스마스 이브에 아이 문제로 헤어졌다. 아이를 낳고 싶다는 여자친구와 달리 그는 아이를 낳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막노동을 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불안한 수입에 아이를 제대로 키울 자신이 없었다. 이 착잡한 현실을 그는 악보에 옮겼다. ‘아기를 낳고 싶다니, 그 무슨 말이 그러니… 계산을 좀 해봐, 너랑 나 지금 먹고 살기도 힘들어….’(‘아이를 낳고 싶다니’) 각설이처럼 허름한 옷을 입고 Mnet ‘슈퍼스타K7’에 나와 울부짖듯 노래한 이 노래에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가 뜨겁게 반응했다. 중식이는 노동자인 아버지가 빚을 내 대학에 보내줬는데 취직도 못하고 있다는 ‘선데이 서울’을 불러 톱5까지 올랐다. 노동가 같은 노래였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노랫말에 공감했다는 뜻이다. 최근 서울 통인시장 인근 클럽 몽키비즈니스에서 만난 정중식은 “술 취한 직장인들이 날 붙잡고 한탄을 한다”며 웃었다.

중식이는 ‘노동자 밴드’다. 편의점과 PC방 심야 아르바이트는 기본. 드러머인 장범근은 ‘극한 알바’라 불리는 택배 상ㆍ하차 일을 하며 합주를 했다. 정중식은 지하철 역에서 통신장비 설치 일을 하다 사다리에서 떨어져 다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나온 노래가 ‘죽어버려라’다.“소장님 때문에 스트레스가 컸다”는 정중식은“힘들 게 일하는 데 하루 종일 별 욕을 다 들었다. 너무 속상했지만 일을 해야 하니 속으로 ‘죽어버려라’란 저주를 퍼붓는 게 내 유일한 해방구였다”고 곡을 쓴 배경을 들려줬다.

회를 썰고 있는 밴드 중식이 멤버 정중식. Mnet '슈퍼스타K7'에서 탈락한 뒤 그는 서울 망원동에 있는 참치집에서 다시 밥벌이를 시작했다. 정중식 제공
회를 썰고 있는 밴드 중식이 멤버 정중식. Mnet '슈퍼스타K7'에서 탈락한 뒤 그는 서울 망원동에 있는 참치집에서 다시 밥벌이를 시작했다. 정중식 제공

밴드 활동도 녹록하지 않았다. 2013년 11월 서울 연남동의 한 연습실에 결성된 중식이는 작은 클럽에서 두 세 명을 앞에 두고 연주하기 일쑤였다. 장범근은 “공연 백 날 해 봤자 되는 게 없고 돈도 없어 많이 지친 상태였다”며 “올해 밴드를 해체할 생각이었다”고 털어놨다. ‘슈퍼스타K7’는 마지막 지푸라기였다. 베이스를 연주하는 박진용은 “애초에 KBS에서 하는 ‘톱밴드’에 나가려 했는데 ‘올해는 안 한다’는 잘못된 정보를 듣고‘슈퍼스타K7’에 지원했다”며 “밴드로서 ‘슈퍼스타K’ 시리즈에 대한 편견이 있어 멤버들끼리 고민하다 마감 일주일 전에 원서를 넣었다”는 뒷얘기도 전했다.

‘슈퍼스타K7’로 용기를 얻은 중식이는 밴드 해체는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단박에 처지가 바뀐 것도 아니다. 지난달 12일‘슈퍼스타K7’ 톱3 진출전에서 탈락한 멤버들은 그 다음 월요일부터 생업에 뛰어 들었다. 중식이는 참치집 배달을 다시 시작했고, 베이시스트인 박진용은 기계설비 업체로 출근했다. 인터뷰도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나온 거란다. 기타리스트인 민호와 장범근은 음악학원에 강사로 나간다. “변한 건 아무것도 없어요. 한 바탕 재롱을 피웠고 이제 현실로 돌아왔으니 먹고 살려면 당연히 일을 해야 하지 않겠어요?”

볕을 본 중식이는 앞으로 어떤 노래를 부를까. “여전히 아이 낳을 자신은 없다”는 정중식은 3일 신곡 ‘심해어’를 낸다. 갑자기 빛을 봐 눈이 먼 물고기의 얘기가 지금 중식이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처럼 들린다. “이제 덜 불안하냐고요? 아니요. 여전히 불안해요. ‘슈퍼스타K7’는 뜬구름일 테고, 세상은 여전히 위태롭잖아요. 스트리밍 7,000번 해서 1만 원도 못 받는 현실도 변함이 없고요, 하하하.”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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