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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 192명 “檢 박유하 기소 시대착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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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 192명 “檢 박유하 기소 시대착오적”

입력
2015.12.02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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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위안부' 저자 박유하(오른쪽) 세종대 교수가 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소에 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제국의 위안부' 저자 박유하(오른쪽) 세종대 교수가 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소에 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학계와 문단 등 각계 인사들이 검찰의 ‘제국의 위안부’ 저자 박유하 세종대 교수 기소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김철 연세대 교수, 칼럼니스트 김규항씨, 소설가 장정일씨 등 지식인 192명은 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국의 위안부의 형사 기소에 대한 지식인 성명’을 공개하고 “한 학자의 주장의 옳고 그름을 사법적 판단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발상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책의 주장에 논란의 소지가 없는 것은 아니며 학술적으로 철저한 조사와 분석을 요하는 대목이 있을 수 있으나, 이런 까다로운 사안을 다루는 합리적인 방법은 특정 집단이 발언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목소리가 표출, 경합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정이 아닌 학술적 공론장에서 다뤄질 사안이라는 지적이다.

성명 참가자들은 특히 이번 기소처분이 오히려 관련 연구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장정일씨는 “역사 연구는 늘 그 결과물이 이해 관계자나 당사자의 명예ㆍ이익과 충돌할 잠재성이 있는 만큼, 더더욱 문제가 될 때 마다 법정으로 가는 것이 학문을 황폐화시킬 수 밖에 없다”며 “학문장 속에서 제대로 된 논박이 오가는 것이 여러모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고소, 수사, 기소로 이어진 일련의 조치가 학계의 활발한 논박의 기회를 오히려 차단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철 교수는 “학계의 논의가 무르익기도 전에 뜻밖의 고발사태를 맞으며 마치 책을 비판하면 고발에 동조하는 것 같은 상황이 연출돼 학계의 건전한 토론 기회가 막혔다”고 말했다.

이들은 “종군위안부 문제를 넘어 일반 역사 문제에서도 국가가 원한다면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해도 무방하다는 반민주적 관례를 남겨서는 안 된다”며 “부디 검찰의 기소가 취하되기를 바라며,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한다”고 당부했다. 성명에는 김철 교수, 고종석(작가), 김원우(작가), 배수아(소설가), 홍세화(작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 금태섭 변호사 등이 참가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 사태가 ‘학문의 자유 침해’문제로만 다뤄지는 상황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고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활동하는 연구자와 활동가 일동’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학문과 표현의 자유 관점으로만 사태에 접근하는 태도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정진성 서울대 교수, 이재승 건국대 교수, 이나영 중앙대 교수, 윤명숙 충남대 연구원 등 학자 70여명은 입장문에서 “원칙적으로 연구자의 저작에 대해 법정에서 형사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단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일본 국가기관의 관여 아래 본인의 의사에 반해 연행된 여성들에게 성노예를 강요한 반인도적이고 추악한 범죄행위를 사실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인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책임의 주체가 업자라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이 저작에 대해 다양성을 내세워 적극평가하는 지식사회의 입장이 엄밀한 학문적 검토를 거친 것인지 의문”이라며 “앞으로 연구자들이 주체가 되는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논의의 장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연구자 및 활동가 일동은 서명자를 계속 추가하는 한편, 조만간 박 교수 측에 공개토론회 제안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앞서 프레스센터에서 별도 기자회견을 연 박 교수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해 온 제가 위안부 할머니들을 비판하거나 폄훼하는 책을 쓸 이유가 전혀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특히 기소의 근거가 된 매춘 등 일부 표현이 오독됐다고 강조했다. 또 “원고 측이 이제라도 오해를 푸는 역할에 앞장서 소송을 기각해달라”며 원고 측이 지적한 부분에 대한 반박과 검찰조사에 응해 작성한 반박문, 그 밖의 재판 자료들을 조만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위안부 피해자 11명은 지난해 6월 박 교수와 출판사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출판ㆍ광고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법원은 올 2월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고, 검찰은 지난달 19일 박 교수를 불구속 기소한 상태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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