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과 경찰이 프로야구 선수들의 마카오 원정도박을 수사 중인 가운데 수사당국이 또 다른 유명 운동선수와 기업인의 원정도박 행적을 포착했다. 두 사람은 1, 2년 전부터 마카오 교민들 사이에서 상습 도박꾼으로 소문이 났던 이들로 수사당국은 현지 한국인들을 참고인으로 줄소환하는 등 관련 증거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1일 수사당국과 마카오 현지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내 중견의류업체 김모(54) 대표는 올해 최소 7차례 마카오를 방문해 쉐라톤호텔 정킷방인 ‘덕천방’ 등에서 바카라 게임을 했다. 마카오의 한 교민은 “김 대표가 올해 9월까지 바카라 게임에 쏟아 부은 돈이 100억원은 넘는다”며 “판돈이 워낙 커서 현지 에이전트들이 8억원 상당의 게임칩을 절도해도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절도 사실을 나중에 인지한 김 대표는 9월 칩을 훔친 에이전트 등과 만나 돈을 돌려받은 뒤 갤럭시호텔 카지노를 소개 받아 그곳에서 다시 도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2003년 서울 동대문시장에서 의류매장을 시작해 한국과 중국에 40여개의 유통망을 확보할 정도로 젊은 여성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브랜드를 키워냈다.
수사당국은 또 유명 이종격투기 선수도 도박을 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진위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복수의 현지인에 따르면 이종격투기 선수 A씨는 2013년 10~12월 총 4차례에 걸쳐 마카오를 방문해 1억원가량의 판돈으로 바카라 게임을 했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A씨는 MGM, 쉐라톤, COD 호텔 정킷방에서 게임을 했다”며 “판돈이 떨어지자 게임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현지인에게 1억원가량을 빌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수사당국은 현지 에이전트 김모(34)씨의 도박방조 혐의를 수사하던 중 이들의 원정도박 혐의를 포착했다. 김씨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김 대표 등에게 환전과 도박장 등을 알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당국은 10월 말 김 대표를 상습도박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으며 여죄를 수사 중이다. 또 A씨에 대해서는 당시 출입국 기록을 확보하는 등 도박 혐의를 뒷받침할 정황을 찾고 있다. 수사당국 관계자는 “김 대표에게는 올해 2월부터 5월까지 2억8,000만원 상당의 상습도박 혐의만 적용됐지만 새로운 첩보가 이어져 추가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A씨의 경우 아직은 증거 확보 단계”라고 말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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