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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주력사업 ‘기술통’ 전면에…이재용 첫 인사 ‘세대교체로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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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주력사업 ‘기술통’ 전면에…이재용 첫 인사 ‘세대교체로 변화’

입력
2015.12.0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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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S6·노트5 개발 주도 고동진, 모바일 새 사령탑으로

반도체 정칠희 발탁… 신종균·윤부근 부문장은 문책성 유임

삼성물산은 3인대표 체제로… 이 부회장 등 오너가 승진 없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공식적으로 그룹 경영을 맡고 나서 첫 번째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인사 폭은 크지 않았지만 주요 제품 사장들을 개발자 출신들로 전격 교체해 분명한 색깔을 드러냈다. 전쟁터에서 장수를 바꿀 만큼 삼성이 느끼는 위기 의식이 크다는 뜻이다.

따라서 규모는 작아도 성격상 대대적 변화라는 게 이번 삼성 그룹 인사를 바라 본 재계의 평이다. 재계단체 관계자는 “삼성이 성장 한계에 다다른 것이 아니냐는 내외부의 우려를 염두에 둔 인사”라며 “사실상 대대적 변화를 추구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삼성 관계자도 “안정 속의 변화를 추구했다”고 뒷받침했다.

삼성은 1일 부사장 6명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8명의 보직을 바꾸는 사장단 정기 인사를 단행했다. 3명이 승진한 지난해보다 사장 승진자는 늘었지만 지난해의 경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갑자기 쓰러져 인사가 사실상 동결된 점을 감안하면 올해 인사폭은 큰 편이 아니다. 부회장 승진을 비롯해 이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오너가의 승진 및 이동도 없다.

삼성전자 제품담당 사장들 전격 교체

하지만 그룹을 대표하는 삼성전자 인사를 보면 이 부회장이 내년 세계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며 어떻게 대처할 것인 지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반도체 등 부품을 제외한 완제품 쪽 휴대폰과 생활가전 수장들이 모두 바뀌었다. 대신 개발자 출신들을 전진 배치시켜 올해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세계 시장에서 차별화된 기술로 승부를 걸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그동안 IM부문장 겸 무선사업부장을 맡아서 삼성전자의 휴대폰 사업을 총괄했던 신종균 사장은 무선사업부장을 떼어내고 IM부문장만 맡았다. IM부문은 휴대폰도 아우르지만 사양길로 접어든 컴퓨터(PC)와 노트북, 디지털카메라 등 각종 디지털기기와 통신장비 등을 포함한다.

휴대폰을 다루는 무선사업부는 갤럭시S6, 갤럭시노트5 등 스마트폰 개발을 주도해 온 고동진 개발실장(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총괄한다. 특히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판매를 뒷받침할 주력 솔루션으로 기대하는 삼성페이도 고 사장 작품이다. 삼성 내부에서는 고 사장에 대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물론이고 솔루션과 서비스 개발에도 폭넓은 식견이 있다”고 평가했다.

냉장고 세탁기 등 생활가전의 간판이었던 윤부근 CE 부문장 겸 생활가전사업부장도 CE부문장만 맡았다. 생활가전 사업을 총괄할 사업부장은 3일 예정인 계열사별 후속 임원인사에서 부사장급을 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주력 분야인 무선사업부의 경우, 부진한 실적 탓에 앞으로 이어질 후속 임원인사에서 적지 않은 인원이 퇴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부장이 교체된 스마트폰은 영업이익이 계속 떨어지며 성장 한계론을 불러 왔고, 생활가전은 올들어 3분기까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0% 이상 급감했다. 이를 감안하면 사업부장을 떼어낸 신 사장과 윤 사장은 사실상 문책성 유임을 한 셈이다.

올해 실적이 좋았던 반도체는 권오현 부회장이 계속 DS부문장을 맡아 총괄한다. 단 권 부회장이 겸임했던 종합기술원장은 정칠희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맡는다. 정 부사장 역시 플래시메모리 개발실장, 반도체 연구소장을 거친 기술통이다.

성장사업과 성과사업 밀어주기

삼성이 기대하는 성장 사업과 이 부회장의 경영권 안정과 직결된 계열사에는 적절한 보상 인사가 이뤄졌다. 삼성의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사업을 담당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고한승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대표를 역임한다. 올해 서울시내 신규면세점 사업권을 따낸 호텔신라의 한인규 부사장도 호텔신라 면세유통사업부문 사장에 임명돼 성과를 인정받았다.

삼성의 오랜 숙원이었던 삼성SDS 상장을 이뤄낸 전동수 사장은 삼성전자의 또다른 미래 먹거리인 의료기기사업부장을 담당하게 됐다. 반도체 전문가인 전 사장은 반도체 사업을 확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오너 일가가 지분을 갖고 있는 삼성SDS를 담당해 성과를 낸 뒤 이번에 다시 삼성전자로 복귀했다. 전 사장의 이동으로 자리가 빈 삼성SDS는 정유성 삼성경제연구소 상담역 사장이 대표에 오른다.

엘리엇 사태로 홍역을 치르긴 했지만 제일모직과 합병하며 이 부회장의 경영권 안정에 절대적 역할을 한 삼성물산은 3인 대표 체제로 재편됐다. 최치훈 사장이 건설부문, 김신 사장이 상사 부문, 김봉영 사장이 리조트 부문을 맡는 것으로 교통정리하며 유임됐다. 그러나 윤주화 패션부문 사장은 삼성사회공헌위원회 사장으로 빠지고 이 부회장의 여동생인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이 패션부문장을 담당하기로 했다.

이밖에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실장인 홍원표 사장이 삼성SDS 솔루션사업부문 사장으로 이동했고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인 삼성전자 차문중 고문이 삼성경제연구소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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