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에 미쳐 잘 다니던 한의대를 그만뒀습니다. 부모님의 반대는 당연하죠. 제 아들이라도 반대했을 거예요.”
2014년 골든 커피 어워드 핸드드립 부문에서 우승하며 바리스타 챔피언에 올라 대한민국최고의 커피쟁이로 꼽히는 강호웅(27)씨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대구 수성구에서도 명문고로 꼽히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들어간 대구한의대를 1년 만에 그만두고 커피의 길로 들어섰다.
이번에는 고품질의 다양한 커피를 소개하기 위해 스페셜티 커피 전문업체인 위트러스트(We Trust)에 입사해 서울 구로디지털역 근처 2평짜리 조그만 매장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다. 스페셜티는 천편일률적인 대중 커피와 달리 맛을 차별화한 고급 커피다. 그만큼 생두가 중요한데, 강 씨는 생두 품질과 맛을 감별하는 큐 그레이더이기도 하다.
“살면서 처음으로 목표를 정한 것이 커피였어요.” 우상처럼 여기고 따르던 동네 친한 형의 권유로 커피에 입문했는데 알면 알수록 재미가 붙었다. 외국의 커피 관련 서적을 번역해 읽고 집에서 프라이팬에 커피콩을 볶아 커피를 내려 마셨다.
국내에서는 더 배울 곳이 없어서 5년 전 우리보다 커피 역사가 오래된 일본으로 건너갔다. 일본어를 한마디도 못했지만 국내에도 이름난 한 커피 장인의 도쿄 공방으로 무작정 찾아갔다. 일주일을 꼬박 공방이 문 여는 시간에 출근했다 문 닫는 시간에 퇴근하고, 3개월을 누가 시키지도 않은 공방 청소를 하면서 커피를 배웠다.
그렇게 2년 간 공부하고 돌아온 그는 커피 프랜차이즈나 원두커피회사 등에서 일하며 거의 매일 새벽 2시까지 남아 생두를 볶고 커피 추출 연습을 했다. 커피를 감별할 때는 하루 200잔씩 마셔서 잠을 자지 못했다.
그런 그가 위트러스트를 택한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다. 스페셜티 커피를 지향하는 곳은 많지만 과연 그 정도 맛을 보장하는 지 의문이어서 이를 확실하게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는 최상기 위트러스트 대표의 제안을 받자마자 “스페셜티 커피가 걸음마 단계인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된 스페셜티커피 브랜드를 만들자”는 결심을 했다.
같은 목표로 의기 투합한 최 대표와 강씨는 위트러스트에서 일주일마다 판매하는 커피를바꿔가며 새로운 맛과 향을 선보인다. 커피나무의 품종과 재배 및 가공방식에 따른 차이를 고려해 이를 그대로 살린다. 달콤한 맛의 에티오피아 코케 허니는 핸드드립으로 내리고, 혀에서 묵직한 질감을 느낄 수 있는 브라질 시티오 파라이주는 기계로 뽑아 낸다. 커피 메뉴도 정통으로 승부하기 위해 핸드드립 커피와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3가지뿐이다. 내년에는 커피 농가와 직거래로 생두를 들여올 계획이다. 강 씨는 “문 연 지 한 달 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 집 커피 맛있다’며 찾아오는 단골들이 늘고 있어 행복하다”며 활짝 웃었다.
권영은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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