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조계사에 은신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2차 민중총궐기 대회(5일) 이튿날인 6일 “자진 퇴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전날 한 위원장의 퇴거를 요구하며 물리적 충돌을 빚었던 조계사 신도회 측도 “6일까지는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정해 한 위원장 거취를 둘러싼 조계종 내 갈등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모양새다.
조계사 관계자는 1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날 새벽 한 위원장이 부주지 담화 스님 등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5일 집회가 평화적으로 마무리 된 다음 6일에 스스로 조계사를 떠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날 만남은 전날 몸싸움까지 있었던 터라 갈등을 수습하기 위해 성사됐다”며 “한 위원장 거취를 놓고 종단과 화쟁위원회, 조계사 모두 생각이 달라 곤란한 건 맞지만 조계사 차원에서 한 위원장을 당장 나가라고 할 수는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조계사 신도회는 이날 오후 비상총회를 마친 뒤 “6일까지 (한 위원장에) 대승적 결단을 촉구한다”며 한발 물러섰다. 이세용 조계사 종무실장은 “한 위원장이 간접적으로 6일을 표명했기 때문에 믿음으로 인내하겠다”면서 “다만 신도들은 그 전이라도 한 위원장이 대승적 결단을 내리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진지하게 고민해 빠른 시일 내로 거취 문제를 결정하겠다”고 화답했다.
이로써 한 위원장 거취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화쟁위와 민주노총이 공언한 평화집회의 성사 여부는 여전히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찰은 이날도 한 위원장의 조계사 도피를 도운 혐의로 민주노총 관계자 1명을 구속했다. 또 지난달 28일 한 위원장을 만나러 조계사에 들어가려다 이를 제지하는 경찰관을 폭행한 전 민주노총 간부 채모(55)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등 2차 집회를 원천봉쇄하겠다는 강경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시민ㆍ노동 단체들 역시 2차 집회 개최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전날 경찰로부터 5일 서울 도심 행진 금지 통고를 받은 백남기범국민대책위원회는 “경찰이 도심 집회를 금지한 처분을 취소하고, 그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옥외집회 금지 통고처분 취소 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민주노총 관계자도 “노동개악 저지를 위해 2차 민중총궐기에 대규모 인원이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14일 1차 집회 당시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중태에 빠진 백남기씨 가족은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의 관심을 호소하는 서한을 바티칸 교황청에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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