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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러시아와 터키의 구원(舊怨)

입력
2015.12.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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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터키 사이의 본격적 대립의 역사는 15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화약고는 남부 우크라이나에서 흑해를 향해 돌출해 있는 크림반도였다. 러시아를 지배해온 몽골계 왕조 킵차크한국이 쇠퇴하자, 크림반도의 독립 몽골왕조 크림한국의 세력도 약화했다. 오스만투르크제국이 그 틈을 타 크림반도에 진출해 종주권을 확립한 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향한 북방공략을 시도했다. 하지만 크림반도는 흑해를 장악하고 제국의 영토를 콘스탄티노플까지 확장하려던 러시아에게도 반드시 차지해야 할 전략요충지였다.

▦ 러시아의 남하와 오스만제국의 북방공략이 충돌하면서 크림반도를 둘러싼 크고 작은 무력충돌이 끝없이 이어졌다. 양국의 충돌은 슬라브족과 투르크족 간의 민족 갈등이자, 중앙아시아 무슬림과 가톨릭 및 러시아정교 간의 대립이기도 했다. 크림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지배권을 확립한 건 러시아의 측천무후 예카테리나 2세 여제(女帝)다. 18세기 중반에 벌어진 오스만제국과의 두 차례에 걸친 전쟁을 여제는 정부(情夫)였던 그레고리 포템킨 장군을 앞세워 승리로 이끈 뒤, 1783년 크림반도를 정식으로 러시아에 병합한다.

▦ 하지만 나폴레옹도 꺾은 ‘북극곰’ 러시아의 흑해 진출은 유럽 제국들에겐 방치할 수 없는 위협이었다. 오스만제국을 앞세운 영국ㆍ프랑스ㆍ프로이센 연합함대 병력 6만명이 크림반도를 공격하면서 본격화 한 크림전쟁(1853~1856)이 발발한 이유다. 크림전쟁에서 패한 러시아는 흑해함대를 철수, 역내 지배권을 일시 상실하게 된다. 하지만 크림반도는 계속 러시아 속지로 남았고, 혁명으로 소련이 성립된 이후에도 계속 러시아 영토로 남게 돼 현지의 투르크인들은 강제 이주 같은 박해에 시달리기도 했다.

▦ 양국 간 대립은 터키공화국이 성립된 이후에도 이어졌다. 동서 냉전기를 관통해 소련의 흑해 진출을 견제하려던 서방의 전략에 따라 터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대(對)소련 견제국이었다. 얼마 전 이슬람국가(IS)의 파리 테러만행에 따른 국제공조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터키가 러시아 공군기의 영공 진입을 용납하지 않고 즉각 격추한 후 두 나라가 또 다시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러시아가 최근 시리아 영내 흑해 연안에 사는 투르크족을 공습하는 등 드러나지 않게 해묵은 반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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