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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세대가 자녀보다 일 많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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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세대가 자녀보다 일 많이 한다

입력
2015.12.01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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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의 한 중소형 마트에서 물류 정리업무를 하고 있는 1960년생으로 올해 55세인 A씨. 그는 작년까지도 대기업 '부장님'이었다. 명예퇴직 후 한동안 경력을 살려 사무직종 재취업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최근 어렵게 구한 일이 바로 이 일이다. 몇 번 쉬어볼까도 생각했지만 국민연금을 받으려면 5년 이상 기다려야 했다. 그동안 자녀들의 대학 등록금 수천만원을 감당할 자신도 없었다.

A씨는 "일이 고되긴 하지만 사무직은 도저히 구할 수가 없었다"며 "그래도 나는 200만원에 가까운 월급에 4대 보험까지 가입돼 운이 좋은 편이다"고 말했다.

■ 장·노년층이 청년층보다 더 많이 일해

50세 이상 장·노년층이 10~30대 청년층보다 취업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1일 발표한 고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3분기 50세 이상 취업자는 15세 이상 취업자 총 2,623만7,000명 중 988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39세 이하 취업자는 967만1,000명에 달했다.

구간을 세분화하면 장·노년층 취업자는 50대가 603만6,000명, 60대 이상이 385만명으로 각각 30대(568만1,000명), 20대(373만2,000명) 취업자보다 수가 많았다.

40대 취업자는 1,271만5,000명으로 가장 취업자가 많은 세대로 나타났다.

장·노년층의 경제활동인구가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어선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었다. 경제활동인구는 취업자와 실업자를 합한 것으로 지난 3분기 경제활동인구는 총 2,716만6,000명이었다. 이중 장·노년층은 1,011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75만3,000명)보다 3.7%나 늘어난 수치를 보였다.

같은 기간 청년층 경제활동인구는 장·노년층보다 많은 1,021만7,000명이었지만 작년 동기(1,023만4,000명)보다 0.2% 줄었다. 최근 경제활동인구 중 장·노년층이 늘어나는 대신 청년층이 적어지는 흐름이 이어진 것. 2005년 3분기 경제활동인구는 장·노년층이 628만2,000명, 청년층이 1,112만1,000명으로 두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6.3%, 46.5%였다. 그러나 올해 3분기에는 장·노년층이 37.2%, 청년층이 37.6%로 거의 비슷해졌다.

■ 원인은 인구 불균형과 일자리 구조

전문가들은 고용시장의 연령별 점유율이 급격히 변하는 이유로 인구구조의 변화를 우선으로 꼽는다. 1955년부터 1963년생인 베이비붐 세대가 전부 50대에 진입하면서 50대가 크게 늘어났지만 80~90년대 저출산 기조의 영향으로 청년층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올 3분기 인구수는 청년층이 1,712만여명, 장·노년층이 1,753만여명이다. 10년 전인 2005년에 청년층이 1,860여만명, 장·노년층이 1,138만명이었던 것과는 크게 다르다.

장·노령층이 퇴직 후에도 재취업에 나선다는 사실 또한 이러한 현상의 중요한 원인이다. 올 3분기 장노년층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59%로 10년 전 52%보다 증가했다. 작년 OECD는 2012년 기준 한국 남성이 실제로 경제 활동을 그만두는 나이가 71.1세로 세계 2위에 올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전문가들은 장·노년층의 경제활동인구가 조만간 청년층 경제활동인구를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앞서 밝힌 것과 같이 이미 장·노년층 취업자 숫자는 청년층 취업자를 넘어섰다. 올 2분기 50대 이상 취업자는 980만9,000명으로 작년 2분기(952만1,000명)보다 28만8,000명(3.0%) 늘었다. 같은 기간 959만8,000명인 30대 이하 취업자를 사상 처음으로 앞지른 것이다.

3분기에도 50대 이상 취업자는 31만9,000명(3.3%) 증가해 988만6,000명이 됐다. 30대 이하는 10만명도 늘지 못한 967만1,000명이 취업해 두 세대의 취업자 수 차이는 더 벌어졌다.

이에 대해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자녀들을 뒷바라지하다가 노후 준비를 못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를 한 후에도 일자리를 구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며 "자녀들은 취업이 안돼 취업 기간을 계속 늘리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연구원은 "문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양분된 일자리 구조다"며 "장ㆍ노년층에게도 경력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가, 청년들에게는 양질의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사다리 형태의 일자리라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웅 기자 jukoas@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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