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이건희 회장 와병 이후 두번째 정기 인사를 실시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주도한 이번 2016년 정기 사장단 인사는 안정을 기반으로 한 세대교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사장 승진 6명, 대표이사 부사장 승진 1명, 이동·위촉업무 변경 8명 등 총 15명으로 인사 규모가 비교적 소폭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승진자(3명), 규모(11명)보다 약간 늘었지만 일각에서 거론되던 대대적인 사장단 물갈이는 이뤄지지 않았다.
사장단 규모는 대표이사 부사장 2명을 포함해 52명으로 지난해(53명)보다 1명 줄었고 평균연령은 53.7세에서 54.8세로 약간 높아졌다.
■ 삼성전자, 분야 전문성 강화…3톱엔 '큰 그림'
삼성전자의 수장 이재용 부회장은 당초 회장 승진이 유력해 보였으나, 직함을 그대로 유지하게 됐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대신 교체 여부로 관심을 끈 삼성전자 신종균 사장을 IM부문장 대표이사 사장으로 남기며 겸직하던 무선사업부장 자리에 고동진 사장을 승진시켰다. 무선사업부장으로 발탁된 고동진 사장은 정보통신부문 유럽연구소장을 거쳐 무선사업부에서 상품기획·기술전략을 맡아 갤럭시 성공신화를 이끌어 왔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과 윤부근 사장도 각각 겸직하던 종합기술원장과 생활가전사업부장 자리를 후배 경영진에 물려주게 된다. 종합기술원장 자리에는 정칠희 삼성전자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게 됐다. 정칠희 사장은 반도체 개발의 외길을 걸어온 신화창조의 주역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후임 생활가전사업부장은 후속 인사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배경태 한국총괄, 김상학 생활가전 개발팀장, 박병대 생활가전 전략마케팅팀장 등 부사장급 임직원이 거론되고 있다.
권오현·윤부근·신종균 등 삼성전자 '3톱'은 겸직을 떼면서 미래성장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는 임무를 맡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윤부근 사장과 신종균 사장은 여전히 기존 사업부를 휘하에 두고 가전 및 모바일 사업의 총괄책임자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 왼쪽부터 고동진 삼성전자 부사장, 정칠희 부사장,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부사장, 한인규 호텔신라 부사장. 성열우 삼성 미래전략실 법무팀장 부사장, 정현호 인사팀장 부사장. 연합뉴스
삼성그룹 측은 "세트부문 주력사업부 리더를 교체해 제2도약을 위한 조직 분위기를 일신하고 무선·반도체 등 핵심제품 개발을 진두지휘한 인물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기술안목을 갖춘 경영자를 우대하는 인사원칙을 확인했다"고 인사배경을 밝혔다.
■ 삼성물산 '윤주화 out 이서현 in'…미완의 대기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를 앞두고 관전 포인트 중 하나로 꼽혔던 통합 삼성물산의 최고경영자(CEO) 변화는 예상보다 적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해 탄생한 통합 삼성물산은 대표이사 사장만 4명을 둔 거대회사였다. 합병 후 통합 삼성물산은 윤주화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 김봉영 리조트·건설부문 사장,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 김신 상사부문 사장 등 4명이 각자 대표이사 역할을 했다.
때문에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의 부회장 승진설, 4명 대표이사 절반 축소설 등이 돌았으나 결국 윤주화 패션부문 사장만 자리를 옮기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윤주화 사장은 삼성물산 패션부문에서 삼성사회공헌위원회 사장으로 옮겨갔다.
▲ 삼성물산 경영기획담당 사장에서 패션부문장(사장)으로 이동한 이서현 사장. 연합뉴스
삼성물산 경영기획담당 사장으로 재직했던 이서현 사장은 윤주화 사장을 대신해 패션 부문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일기획 경영전략담당 사장 자리를 내놓고 패션에만 집중하기로 한 만큼 전체 경영에 신경써야 하는 대표이사 자리 대신 패션부문장만 맡았다는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삼성물산의 대표이사가 4명에서 3명으로 줄고 오너가인 이 사장이 패션사업을 책임지게 된 것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곧 단행될 임원인사까지 마치면 1∼2개월 내 대규모 조직개편이 뒤따를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삼성 관계자는 "통합 삼성물산은 사장단과 임원 인사 이후에 있을 조직개편에서 4개 사업부문 간 통합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후 사옥 이전까지 마무리되면 통합 작업이 일단락될 것"이라고 말했다.
■ 미래전략실-금융, 현 체제 유지…안정에 주력
그룹의 핵심 계열사 및 조직은 현행 체제를 유지했다.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은 최지성 실장(부회장)-장충기 실차장(사장) 체제를 그대로 유지했고 팀장 2명만 승진했다. 보험·증권·카드 등 금융계열사에서도 사장단 인사가 전혀 없었다.
이 밖에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부사장은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이사 사장으로, 한인규 호텔신라 부사장은 호텔신라 면세유통사업부문 사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삼성 미래전략실 법무팀장인 성열우 부사장과 인사팀장인 정현호 부사장은 사장으로 동반 승진했다.
한인규 사장은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점 진출, 서울시내 면세점 신규 사업권 획득에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됐다. 고한승 사장은 불모지에서 바이오 사업 개발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았다.
조수인 삼성메디슨 대표가 겸직하던 삼성전자 CE부문 의료기기사업부장에는 전동수 삼성SDS 사장이 옮겨갔다. 삼성SDS 사장으로는 정유성 삼성경제연구소 상담역이 내정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인 차문중 삼성전자 고문은 삼성경제연구소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홍원표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실장(사장)은 삼성SDS 솔루션사업부문 사장으로 이동했다.
채성오기자 cs86@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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