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이사회가 논문 표절 판정을 받은 총장을 임명하면서 촉발된 ‘동국대 사태’가 부총학생회장 등의 학내 단식을 넘어 불교계 단식으로 확산되고 있다.
동국대 이사인 미산 스님은 지난달 30일 “벌써 47일째 물과 소금으로만 연명하는 학생의 생명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러 이사의 한 명으로서 참담하고 부끄럽다”며 “어느 한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중도의 입장에 서기 위해 이사직을 내려놓는다”며 이사회를 사퇴했다. 미산 스님은 이번 사태의 진정성 있는 성찰과 해법을 촉구하며 이날부터 무기한 단식을 시작했다.
일지암 법인 스님과 미황사 금강 스님도 이날부터 단식을 시작했다. 두 스님은 단식에 앞서 발표한 ‘어린 생명을 벼랑 아래로 내몰지 마십시오’라는 호소문에서 “해결의 주체가 되어야 할 동국대 일면 이사와 총장 보광 스님, 조계종의 자승 총무원장 스님은 지금껏 침묵과 방관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27일에는 동국대 이사로 선출된 수불스님이 “(이번 사태에)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사직을 맡지 않겠다고 밝혔다.
동국대 교수협의회와 학부ㆍ대학원 총학생회, 총동창회 등으로 구성된 ‘범동국비상대책위’에 따르면 이 대학 부총학생회장 김건중씨는 1일로 단식 48일째를 맞았다. 김씨는 논문 표절 판정을 받은 보광스님이 5월 총장에 선임되고 사찰에서 문화재를 절도한 의혹 등이 불거진 일면 스님이 이사장에 선임되자 이들의 사퇴를 촉구하며 10월 15일부터 대학본관 앞에 천막을 치고 무기한 단식을 시작했다.
이에 동조해 한만수 동국대 교수회장 등 교수 2명도 이날로 22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고 교직원 1명도 같은 주장을 하며 16일째 단식 중이다. 대책위는 김씨가 키 178㎝, 몸무게 100㎏의 건강한 체구였으나 단식을 시작한 뒤 지금은 몸무게가 30㎏가량 감소했다고 전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지난 7개월 동안 대학을 어지럽혀 놓으면서도 구성원들과 책임 있는 대화 한번 하지 않는 총장과 이사장은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김범수기자 bskim@hankookilbo.com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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