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중태에 빠진 농민 백남기(69)씨의 가족들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관심을 호소하는 서한을 바티칸 교황청에 보낸다.
가톨릭농민회 부회장을 지낸 백씨의 자녀들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백남기대책위원회는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농민이 공권력의 과잉진압에 쓰러져 사경을 헤매고 있는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교황님께 드리는 편지’를 주한교황대사관에 전달한다”고 밝혔다. 서한은 천주교 신자인 가족들이 뜻을 모아 직접 작성했으며, 백씨 부상의 경위, 현 상태, 국내 상황 등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백씨의 장녀 백도라지씨는 “지난해 교황님이 방한해 광화문광장에서 사랑과 평화를 강조했는데, 한 해가 지난 뒤 바로 그 자리에서 저희 아버지가 쓰러져 사경을 헤매고 계신지 18일째가 됐다”며 “관련된 사람들은 아무도 나타나지 않고 있고 아버지 홀로 병실에서 사투를 벌이는 사정을 말씀 드리고 저희 가족을 돌봐 살피십사 하는 뜻을 전달하려 한다”고 말했다.
대책위 측은 특히 정부가 진상조사나 책임자처벌에 나서지 않는 상황에 무력감을 드러냈다. 정현찬 가톨릭농민회 전국회장은 “맨손이었던 백씨에게 물대포를 쏴 사경을 헤매게 한 정부가 18일 넘게 방치와 다름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가족들이 거리에 나오는 상황만은 말리고 싶었는데 이 폭력정권의 태도가 해도 너무하다”고 말했다.
권오광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대표는 “철저히 진상을 조사해 시시비비를 가려달라고 정부에 호소해왔지만, 조사는커녕 최소한의 인간적 사과도 없었다”며 “염치 없는 정부와 염치 없는 대통령의 태도에 대해 교황청에서라도 귀를 기울여 줬으면 한다”고 서한 발송 취지를 설명했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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