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유방암에 걸렸던 클레어 게스트는 반려견 데이지 덕분에 유방암을 초기에 발견할 수 있었다. 데이지가 게스트를 빤히 쳐다보고 가슴을 파고드는 등 평소에는 하지 않던 행동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게스트는 데이지의 암 발견 능력 발견을 계기로 개의 후각 능력을 통해 암 진단을 연구하는 영국 자선단체 메디컬 디텍션 도그스(Medical Detection Dogs) 대표를 맡고 있다.
개는 정말로 암 냄새를 맡을 수 있는 능력이 있을까. 미 방송 매체인 폭스59(FOX59)는 최근 높은 정확도로 암 냄새를 감지하는‘루시’라는 이름의 탐지견에 대해 보도했다. 루시는 안내견 학교에서 훈련을 받던 중 낯선 냄새에 쉽게 반응해 안내견에 탈락했다. 하지만 주인은 냄새에 민감한 루시의 능력이 유용한 곳에 쓰일 것이라 보고, 7년간 방광, 신장, 전립선 등 ‘암의 냄새’를 맡는 훈련을 받았다. 루시의 암 진단 정확도는 95%. 이는 기존 검사 방법의 정확도보다 높은 수준이다. 메디칼 디텍션 도그스 소속의 루시는 7마리의 다른 견공들과 함께 국민건강보험 환자들로부터 채취된 3,000개 이상의 소변 샘플의 냄새를 맡아 암을 진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개의 코에는 300만개 이상의 후각 신경이 분포하며 사람에게는 없는 2차 후각 기관인 야콥슨 기관이 있다. 훈련된 개들은 이러한 2중 후각 체계를 이용해 암이 갖고 있는 휘발성 유기 화합물만의 고유한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개가 암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채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1989년 런던의 킹스 칼리지 병원 소속 의사들의 보고에 따르면 반려견이 한 여성 환자의 다리에 난 점의 냄새를 계속 맡았는데, 알고 보니 그 점은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의 초기 단계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26년 간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등지에서 개의 암 발견 능력에 대한 연구가 이뤄졌고, 개들이 냄새로 암을 감지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현재 영국에서는 개가 환자의 나이나 다른 질병에 관계없이 암 냄새를 맡을 수 있음을 증명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원형의 실험기구를 여덟 칸으로 나눈 뒤 그 중 한 칸에는 암 환자의 소변 샘플을, 나머지 일곱 칸에는 정상인의 소변 샘플을 넣고 개에게 냄새를 맡아보게 한다. 이 때 비교 대상이 된 집단은 암 환자와 비슷한 나이대로서 암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지만 실제 암 환자는 아닌 사람들로 구성했다.
아쉽게도 지난 25년이 넘는 기간 동안 개의 암 냄새 감지 능력은 상업적 성공을 이루지는 못했다. 개의 암 탐지 능력은 탁월하지만 활용 방안과 차후 연구에 대한 투자는 미약하기 때문이다. 그래디 메모리얼 병원 유방암 센터장인 가브람 박사는 “개의 암 탐지 능력은 분명 암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분야지만 지속적인 연구와 개발이 이뤄지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현진 인턴기자 (서강대 신문방송학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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