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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태 검찰총장, 퇴임식서 '미당 시' 낭독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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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태 검찰총장, 퇴임식서 '미당 시' 낭독 왜?

입력
2015.12.0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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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태 검찰총장의 퇴임식이 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청사에서 열렸다. 김진태 총장이 퇴임사를 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김진태 검찰총장의 퇴임식이 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청사에서 열렸다. 김진태 총장이 퇴임사를 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김진태 검찰총장(63·사법연수원 14기)이 1일 2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김 총장은 2013년 전임 채동욱 검찰총장이 혼외자 파문으로 사퇴하면서, 후임으로 임명됐다. 1988년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 보장을 위해 검찰총장 2년 임기제가 도입된 이후 18명이 총장이 자리에 올랐지만, 2년을 마친 총장은 김 총장을 포함해 7명뿐이다. 그나마 최근 8년은 한 명도 없었다.

김 총장은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채 전 총장의 낙마, 국정원 수사팀에 대한 외압사건 등으로 만신창이가 된 검찰 조직을 잘 추슬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사건,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 등 정치권과 연루된 사건 처리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김 총장은 퇴임사에서 “다소라도 나아진 것이 있다면 그것은 여러분이 애써 힘써주신 덕분이고, 부족하고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저의 성의와 지혜가 모자란 탓”이라고 말했다. 또 “범죄혐의의 유무에 대하여는 명명백백하게 제대로 밝히되 살리는 수사를 해야 하고, 아집과 타성을 버리고 법과 원칙에 따라 바르게 처리하되 세상사는 이치와 사람 사는 정리에도 부합되게 해야 한다”며 “아무리 사소한 사안이라도 그것은 늘 우주보다 더 무거운 인간의 문제임을 깊이 인식하고 인류의 미래와 우리 사회의 발전방향, 그리고 평화로운 공존 등을 염두에 두면서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퇴임사에서 서정주 시인의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를 낭독, 작별의 아쉬움을 전했다.

김청환기자 chk@hankookilbo.com

<이하 김진태 검찰총장 퇴임사 전문>

검찰가족 여러분!

저는 지난 30여년간 검사로서, 최근 2년간 검찰총장으로서 여러분과 같은 길을 걸으며 고락을 함께 했습니다.

즐겁고 보람찬 순간도 있었고, 힘들고 어려운 때도 있었습니다만 언제나 여러분과 서로 의지하고 격려하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다소라도 나아진 것이 있다면 그것은 여러분이 애써 힘써주신 덕분이고, 부족하고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저의 성의와 지혜가 모자란 탓입니다.

굳이 한 마디 덧붙이자면 저는 즐거웠던 순간이든 어려웠던 순간이든 그에 상관없이 늘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고 노심초사하면서 미력이나마 최선을 다하려고 했습니다.

여러분의 성원과 협력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이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이제 여러분과 작별하고자 합니다.

전국의 검찰가족 여러분!

여러분은 국민의 공복인 공무원, 그것도 검찰공무원으로서 우리 사회의 법질서를 확립하고 부정부패를 척결해야할 중차대한 책무가 주어져 있습니다.

이런 과제의 실천을 두고 우리 사회에는 여러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견해가 대립되어 여러분을 힘들게 할 수도 있습니다만, 아무리 어려워도 의연하고 당당하게 여러분에게 주어진 신성한 소명을 완수해야 합니다.

범죄혐의의 유무에 대하여는 명명백백하게 제대로 밝히되 살리는 수사를 해야 하고, 아집과 타성을 버리고 법과 원칙에 따라 바르게 처리하되 세상사는 이치와 사람 사는 정리에도 부합되게 해야 합니다.

아무리 사소한 사안이라도 그것은 늘 우주보다 더 무거운 인간의 문제임을 깊이 인식하고 인류의 미래와 우리 사회의 발전방향, 그리고 평화로운 공존 등을 염두에 두면서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자신을 비우고 낮추어야 진실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지혜가 생긴다고 합니다.

냉철한 머리도 중요하지만 따뜻한 가슴이 국민에게 더 감동을 줄 수 있음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오랫동안 폭넓은 경험과 훌륭한 인품을 겸비한 신임 김수남 검찰총장을 중심으로 여러분 모두의 힘을 한데 모아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는 길로 힘차게 나아가길 기대합니다.

검찰가족 여러분!

저는 이제 서정주 시인의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라는 시를 여러분에게 들려 드리면서 저의 검찰생활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 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

여러분! 늘 건강하고 행복하십시오.

검찰과 검찰가족 여러분의 무궁한 발전과 행운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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