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이제 막 강팀 반열에 올라선 넥센이 다시 시험대에 들어섰다. 리빌딩을 노리고 있지만 결과가 나지 않을 경우 '암흑기'로 돌아서는 최악의 결과도 무시할 수 없다.
넥센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출혈이 큰 팀이다. 내부 FA(프리에이전트) 4명 중 외야수 이택근과 중간계투 마정길은 잔류시켰지만 외야수 유한준과 투수 손승락이 시장에 나왔다. 유한준은 타 구단 협상 시작일인 지난달 29일 kt와 4년 60억원 계약을 맺었고, 손승락은 30일 4년 60억원에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여기에 그동안 넥센의 장점이던 '주전급 백업'들의 빈자리도 눈에 띈다. 지난달 27일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는 외야수 박헌도가 롯데에 지명됐다. 박헌도는 올 시즌 108경기를 뛰며 백업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외야수 문우람은 상무에 합격해 군 입대를 앞두고 있다.
이미 에이스와 4번 타자도 팀을 떠났다. 외국인 투수 밴헤켄은 일본 세이부로 이적을 진행 중이고, 4년 연속 홈런-타점왕을 차지한 박병호는 미국 메이저리그 미네소타와 연봉 협상을 하고 있다. 팀의 주축 선수들이 대거 빠져나갔지만 플러스된 전력은 없다.
넥센이 희망을 거는 부분은 '유망주'다. 넥센은 최근 몇 년간 한현희, 조상우, 김하성 등 새로운 얼굴들이 계속 튀어 나오며 '신 화수분 야구'로 눈길을 모았다. 그만큼 어린 선수들을 키워내는 데 자신감을 갖고 있다. 주축 선수들이 모두 빠져나갔지만 넥센 내부에서는 이번 계기로 '리빌딩'을 시작한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박헌도가 2차 드래프트 40인 보호 명단에서 풀린 것 역시 강지광, 임병욱 등 어린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새롭게 기회를 얻게 된 젊은 선수들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다면 팀은 '성적'과 '미래'를 동시에 얻게 된다.
하지만 위험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투타의 기둥을 모두 잃은 상태에서 어린 선수들만으로 팀을 꾸려간다는 것부터 쉽지 않다. 안 그래도 젊은 선수 위주였던 넥센에서 팀의 중심을 잡아주던 중고참들이 대거 빠져나갔다는 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유한준과 손승락 등 팀 프랜차이즈들의 이탈은 남은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성적과 성장을 모두 잡아야 한다는 것도 만만치 않다. 주축 선수들이 굳건히 버티고 있을 땐 유망주 한 명을 꾸준히 기용하며 '참고' 기다릴 수 있었지만, 주축 선수 구성이 흔들린 시점에서 한 명의 유망주에게 인내심을 갖고 무한한 기회를 준다는 것도 쉽지 않다. 프로인 만큼 당장의 팀 성적도 포기할 수 없기에 더욱 그렇다.
올해 외야수 고종욱과 유격수 김하성이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긴 했지만 풀타임 2년차가 되는 내년 시즌 활약에는 아직 물음표가 붙어있는 것도 불안요소다. 넥센의 고질적 약점인 투수진에 대한 고민도 여전한 상황이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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