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지난달 29일 부산 기장의 베이사이드 골프클럽에서 끝난 ING생명 챔피언스 트로피는 이벤트 대회였지만 볼거리는 정규투어 대회보다 풍성했다. 선수들의 말들이 특히 화제가 됐다. 선수들은 기자회견장에서 영락없는 입담꾼들이었다. 대회를 빛낸 말들을 모아봤다.
◇김세영 "5분 넘는 인터뷰는 통역 힘들어요" 애교
대회 최종일 기자회견장에선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신지은(23ㆍ한화골프단)은 '팬클럽 회원들이 대회장을 찾았다'는 말에 "한화금융 클래식에서 처음 뵀다. (많이 오셔서) 감동이다"고 수줍어했다.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자 현장에서는 더 편한 영어로 말해달라는 요구가 나왔다. 그러자 신지은은 자신의 기분을 영어로 능숙하게 표현했다.
이때 LPGA팀 주장 박인비(27ㆍKB금융그룹)는 옆에 앉아 있던 김세영(22ㆍ미래에셋자산운용)에게 통역을 해달라고 농담했다. 이에 김세영은 "5분이 넘는 영어 인터뷰는 통역이 힘들다"며 애교 있게 웃었다. 박인비의 농담과 김세영의 재치에 모두들 웃었다. 꾸준히 공부하며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고 있는 김세영은 올 시즌 통역을 따로 두지 않고 영어 인터뷰를 소화했다. 박인비가 김세영에게 통역을 부탁한 이유였다.

◇'통 큰' 박인비 "부족한 상금? 내가 채워줄게"
박인비는 우승을 차지한 LPGA팀 인터뷰에서 취재진이 '상금 6억5,000만 원을 12명으로 나누면 정확히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고 하자 "돈을 보태 채워주겠다"고 당당히 말했다. LPGA팀 전원은 환호성을 질렀다. 주장이자 맏언니격이던 그는 상금 배분에 관해서도 후배이자 동생들을 배려했다.
단결된 모습의 LPGA팀에 자극을 받은 것은 KLPGA팀 주장 김보경(29ㆍ요진건설)이었다. 그는 "(박)인비가 나를 곤란하게 만든다"면서 "그래, (우리 팀도) 내가 채워줄게"라고 크게 말했다. 대회 준우승을 거둔 KLPGA팀은 3억5,000만 원을 받았다. 역시 12명으로 나눌 경우 맞아 떨어지지가 않기 때문에 김보경은 자신이 돈을 보태 공평하게 나누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셈이다. 우정을 엿볼 수 있었던 훈훈한 장면이었다. 선수들은 이날 밤 8시30분 김포공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비행기에 오르기 전 선수들은 팀 구분 없이 공항 커피숍에서 그 동안 못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우정을 다졌다.

◇백규정 "올 한 해 열심히 했다. 앞으로도..." 울컥
'환희'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눈물도 있었다. LPGA 투어 생활에 대한 질문에 백규정(20ㆍCJ오쇼핑)은 "미국에서의 경기가 생각보다 많이 힘들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처음엔 만만하게 생각했던 것 같은데 막상 가니 한국과 다르더라. 많이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백규정은 "올해 성적은 안 났지만, 열심히 했다"고 담담하게 밝혔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재미있었다. 앞으로도 준비를 잘하겠다"고 말하며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기자회견장은 순식간에 숙연해졌다. 23명의 동료들은 백규정을 위로했다. 같은 팀 이미림과 유소연도 데뷔 시절이 생각났는지 따라 울었다. 이내 마음을 다잡은 백규정은 "열심히 준비하면 내년에는 더 잘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동료들과 취재진 모두 최선을 다한 그에게 박수를 보냈다.
사진=김세영-박인비-백규정(위부터 순서대로, 챔피언스 트로피 페이스북, KLPGA제공).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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