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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이 1인 시위 나선 이유

입력
2015.12.0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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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의 추위가 한 풀 꺾였다고는 하나 여전히 새하얀 입김이 나오는 지난달 30일.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검은색 노총 잠바를 입고 국회 정문으로 향했습니다. 정기국회가 끝나는 이번 달 9일까지 1인 시위에 돌입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의 손에는 ‘정부 여당의 노동법 개악 시도는 노사정 합의 위반이며 반칙이고 배신’이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들려 있었습니다. 김 위원장의 표정은 지난달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가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되지 않은 사항까지 입법한다면 대타협이 깨진 것으로 보고 노사정위를 탈퇴하겠다”고 경고할 때만큼이나 비장해 보였습니다.

한국노총은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과 파견 업종 확대 등 ‘미합의 사안’에 대해서는 시간을 갖고 심도 있는 논의를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이미 추가 논의가 충분했던 만큼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주장합니다. 노동개혁 관련 5대 법안(근로기준법, 고용보호법, 산재보호법, 기간제법, 파견법)은 개별 처리가 아니라 ‘패키지 딜’이어야 한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습니다.

김 위원장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내가 대한민국의 욕이란 욕은 다 얻어 먹으면서 타협안에 사인 했던 것은 저임금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고, 청년들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대의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런 노동계의 양보에 대해) 배려가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노동계를 대표하는 김 위원장의 1인 시위는 정부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온 모양입니다. 정부는 대타협을 손수 이뤄낸 당사자가 이제 와서 법안 폐기를 촉구하는 것은 그간의 신뢰를 져버리는 행위라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같은 날 오후 이기권 고용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에게 김 위원장의 1인 시위를 두고 “국회에서 관련 사항을 적극적으로 협의하자는 취지로 이해하겠다”며 “진솔하게 논의를 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근로자를 대변하는 한국노총은 대승적 결단을 하고 국회 통과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압박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1인 시위에 나선 지난달 30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통과되면서 국회가 넘어야 할 큰 산이 사라졌습니다. 자연스럽게 남은 기간 동안에는 노동개혁 관련 5대 법안이 최우선 과제로 부상할 전망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노정간 대립으로 노사정이 파행으로 치달았던 올해 4월로 회귀하는 모양새입니다. 정부의 노동개혁 5대 법안이 과연 노동계의 주장처럼 비정규직 문제를 더 악화시킬지 정부의 주장처럼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이 될지는 쉽게 판단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생산적 논의 대신에 노정이 소모적인 장외공방만 벌이고 있는 모습은 초겨울 추위 처럼 살풍경합니다. ‘미래지향적이고 합리적인 노사관계 발전을 위해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하고 생산적 교섭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한다’는 약속은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요.

장재진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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