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파리 기후 변화 회의에 참석, 지구 온난화는 중국 등 개발도상국 보다는 선진국이 더 큰 책임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날 베이징(北京)엔 잿빛 독성 스모그가 극심했다.
시 주석은 30일 파리 기후 변화 회의 개막식에 참석, 지구 온난화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밝혔다. 신화통신은 중국이 이번 회의에서 공통되면서도 차별화한 책임의 원칙, 공평의 원칙, 각자 능력의 원칙을 견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시 주석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은 기후 변화에 대한 역사적 책임이 같지 않고 능력의 차이도 존재한다”며 “자동차 경주에서 어떤 차는 이미 멀리 가 있고 어떤 차는 이제 막 출발한 상황인데 똑 같은 척도로 속도를 제한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역설했다. 이는 기후 변화는 역사적으로 볼 때 선진국이 초래한 것인 만큼 기후 변화를 이유로 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의 경제 발전과 성장에 족쇄를 채워선 안 된다는 논리다.
이러한 중국의 행보는 개발도상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좌장의 역할을 자임한 것이다. 자본과 기술이 앞선 선진국이 기후변화 방지에 더 큰 기여를 해야 한다는 데 중국과 개발도상국의 입장이 같다.
그러나 중국의 주장은 전 세계 온실가스의 30%를 배출하고 있는 나라란 점을 감안하면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세계 제2의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한 만큼 이에 상응하는 대국으로서의 국제적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게다가 중국 자체가 환경 오염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되고 있다.
특히 이날 시 주석의 발언은 모국의 잿빛 독성 스모그로 설득력을 잃었다. 30일 오후 베이징(北京)의 PM 2.5(지름 2.5㎛ 이하의 초미세 먼지) 농도는 669㎍/㎥를 기록, 길 건너편 건물도 안 보일 정도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PM 2.5 기준치 25㎍/㎥의 27배다. 이날 중국 중앙기상대는 베이징 남부는 물론 허베이(河北)성 중남부와 허난(河南)성 북부, 산둥(山東)성 서부 등에 걸쳐 스모그 오렌지색 경보를 발령했다. 스모그는 12월2일까지 걷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시 주석은 이날 기후 변화 회의에 앞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 회담도 가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지구 온난화를 막는 데 양국의 협력과 리더십이 절대적이라고 강조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그는 또 사이버 해킹과 남중국해 인공 섬 문제 등을 걸고 넘어졌다. 이와 관련 시 주석은 충돌하지 않는 신형대국관계를 다시 역설한 뒤 “건설적인 방식으로 민감한 문제를 잘 처리하자”고 말했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이 매체는 두 정상이 기후 변화 부문의 협력을 강화하자는 데는 뜻을 함께 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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