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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대장내시경 시술 논란... 무엇이 환자에게 더 유익한지 따져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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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대장내시경 시술 논란... 무엇이 환자에게 더 유익한지 따져봐야

입력
2015.11.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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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아침만 굶고 오세요. 설사약을 먹지 않는 당일 대장내시경 검사를 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 등에서 자주 등장하는 당일 대장내시경 광고문구다.

그 동안 대장내시경을 받으려면 시술 전날 설명서에 따라 피코솔루션ㆍ크리쿨산 등 대장정결제(장세정제)를 물과 함께 먹은 뒤 다음날 검사를 받아야 했다. 반면, 당일 대장내시경은 시술할 때 대장정결제를 내시경으로 위나 십이지장에 직접 주입함으로써 설사를 유도한다. 당일 대장내시경은 검사 전날 대장정결제를 복용한 뒤 밤새 화장실을 들락거려야 하는 고통을 덜어주는 데다, 역한 맛 때문에 대장정결제를 먹지 못하는 사람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시간에 쫓기는 직장인들에게 호응이 높다.

그런데 최근 대한의사협회가 ‘당일 대장내시경 시술 금지’를 권고하면서 의료계에서 ‘뜨거운 감자’가 됐다. 이번 조치로 당일 대장내시경을 하고 있는 20여 개 전국 병ㆍ의원에 “위험한 시술이 아니냐”는 문의가 잇따랐고, 시술도 크게 줄었다. 심지어 일반 대장내시경마저 취소하는 사람도 있었다.

의협은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질의한 결과, 대장정결제 주입의 용법ㆍ용량에 관해 허가되지 않았고, 흡인성 폐렴이나 저산소혈증을 일으킬 수 있어 당일 대장내시경 시술 금지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소화기내과 전문의들은 “이물감이나 구역질 등으로 대장정결제를 먹기 어려운 환자도 있는데,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다는 근거도 없이 갑자기 금지 조치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한 소화기내과 전문의는 “이번 의협 발표로 당일 대장내시경 시술이 의사들이 돈 벌기 위해 근거 없이 하는 위험한 시술인양 낙인을 찍었다”고 했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회장을 지낸 민영일 나무병원 대표원장은 “외국 여러 논문에서도 입원 환자나 경구 투여를 할 수 없는 환자에게 대장정결제를 직접 주입하는 당일 대장내시경을 시행하고 있다”며 “숙달된 의사와 전문 간호사가 함께 철저하게 모니터링한다면 위험하지 않다”고 했다. 다른 소화기내과 전문의는 “지금까지 당일 대장내시경을 2,300건 정도 시행했지만 흡인성 폐렴이나 저산소혈증 등과 같은 부작용은 단 1건도 없었다”고 했다.

대장정결제인 피코솔루션과 크리쿨산을 위나 십이지장에 직접 주입하는 용법이 식약처 허가사항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동일 성분인 크리트산은 ‘경구 투여가 곤란하거나 환자가 경구 투여를 원하지 않으면 코위영양관으로 투여할 수 있다’고 허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당일 대장내시경 문제로 의협과 일부 소화기내과 전문의들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의료진 선택에 맡기자는 의견도 있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차기 이사장인 김용태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약물을 환자가 먹는 것과 기계로 주입하는 것은 공급방식이 다를 뿐이지 약물이 위장에 작용하는 원리는 같다”며 “이론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어 당일 대장내시경은 의료진 선택에 맡길 수 있다”고 했다.

이처럼 이번 의협 조치는 학계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무엇이 환자에게 더 유익한지를 관련 당사자들은 좀더 논의를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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