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급격하게 낮아지며 세종시가 안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수시로 끼는 짙은 안개가 운전자들의 마음을 졸이기 일쑤여서 시설물 설치 등 안전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안개는 기온이 내려가며 공기 내 수증기가 물방울로 맺히는 복사무가 대표적이다. 세종시는 여기에다 강과 하천 등에서 수중기를 공급하면서 생기는 안개(증기무)까지 겹쳐 더 짙고 오래 간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대전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세종시에 안개주의보(시정거리 100m 미만일 경우 발효)가 내려진 날이 11월에만 9일이나 된다. 3~5일은 3일 연속으로 발효되기도 했다. 지난 10월에도 14~22일까지 9일 동안 발효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민들은 운전이 두려울 때가 많다. 첫 마을에 사는 박모(42)씨는 “자정 넘어 세종시로 들어오는데 안개가 너무 짙어 사고가 날까 조마조마 하고 무섭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대전지방기상청 이상걸 주무관은 “세종시는 안개가 자주 많이 생기는 상습 지역으로 운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기상청에서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짙은 안개로 인한 교통사고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연기리에서 7중 추돌사고가 일어났다. 2012년 12월에는 한나래교에서 15중 추돌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세종시는 대형차량의 통행이 많은 지역이어서 자칫하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다.
세종시와 행정도시건설청은 교량을 중심으로 안개가 많은 상습지역 10곳에 전광판 등 안전시설을 설치하고 있지만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안개소산장치 등 효과적인 안전장비 설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안개소산장치는 안개가 생기면 인공 바람으로 날려보내 시정거리를 확보해준다. 아직 세종시에는 이 장치가 없다. 현재 서해안고속도로 서해대교 구간과 45번 국도 예산군 삽교읍 구간에 설치돼 있고 정안IC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다.
세종시 관계자는 “현재 건설청과 안개상습구간 교통안전대책을 수립하고 안전시설을 설치하고 있지만, 안개소산장치 계획은 아직 없다”며“국토부 지침이 내려오면 건설청 등과 협의해 안개소산장치 설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최두선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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