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달빛고속도로’의 암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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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달빛고속도로’의 암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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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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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준호/2015-11-30(한국일보)

‘죽음의 도로’로 불렸던 ‘88올림픽고속도로’가 이달 하순에 확장, 개통된다. 이 고속도로는 1984년 서울올림픽 개최유치를 기념, 대구와 광주 간 영호남 화합차원에서 만들어졌으나 왕복2차선에다 곡선 구간이 많아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숙원사업이었던 88올림픽고속도로 왕복4차선 확장공사가 이달 22일 마무리되면서 대구∼광주 간 차량운행시간도 기존 2시간 10분에서 1시간 40분으로 30분 정도 단축되면 실질적인 동서화합이 기대되고 있다.

대구시와 광주시는 올 해 두 차례 국토교통부에 88올림픽고속도로의 새 명칭을 ‘달빛(달구벌 빛고을) 고속도로’로 해달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하지만 지난달 24일 열린 국토부 도로정책심의위원회는 ‘광주-대구 고속도로’로 확정, 2일 고시한다. 이제는 속칭 광대고속도로가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고속도로 명칭을 신설ㆍ변경하면 시ㆍ종점 지자체 명칭을 쓰는 것으로 훈령에 나와 있다”고 이유를 밝혔으나 대구에서는 의회와 시민사회가 국토부의 탁상행정식 결정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암초는 따로 있었다. 이 도로가 지나가는 6개 광역자치단체 도로 관계자들이 10월 말 국토부에 모여 새 도로명에 대한 의견을 나눠봤더니 뜻밖에도 찬성은 대구와 광주 뿐이었다. 경북은 국토부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이었고, 경남과 전남ㆍ북은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결국 지자체 과반의 찬성을 이끌어 내지 못한 ‘달빛 고속도로’는 빛을 보지 못할 운명이었다.

대구와 광주가 달빛동맹을 시작한 것이 2009년이다. 지역감정 해소의 상징적 두 도시가 동서화합을 위해 추진했던 달빛고속도로 명칭 개정이 중도하차한데 대한 아쉬움은 크다. 어차피 도로에 지자체 명칭이 들어가는 마당에 대구와 광주가 타 시도를 사전에 적극적으로 설득하지 못한 안타까움도 남는다. 하지만 역발상을 하자면 88고속도로 명칭 개정을 둘러싼 논란은 ‘달빛동맹’과 타 지자체의 견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달빛동맹이 선언적인 구호가 아니라 실체가 됐다는 얘기다.

전준호기자 jhj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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