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삶을 보면, 짧은 시간 안에 새로운 풍경이 덧입혀졌다. 야식으로 뭘 먹을까 고민할 때도, 술자리 후에 택시를 잡을 때도, 여행지에서 렌터카를 신청할 때도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하다못해 제품 수리를 맡기거나 세탁물을 맡길 때도 스마트폰 앱을 이용하는 시대다. 이전까지는 오프라인에서만 이루어지던 일들이 빠르게 온라인으로, 그것도 손안의 모바일 기기로 쳐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흔히 'O2O(Online to Offline)'라 말하는 서비스가 점점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직접 사람과 직접 대면해야 이용할 수 있었던 자질구레한 서비스까지 온라인 영역으로 넘어오고 있다는 뜻이다. 비행기 예약이나 호텔 예약을 온라인에서 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각 예약 대행 사이트들이 전세계적인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온라인에서 해결하는 것이 훨씬 간편하다.
그러나 동네 작은 중국집에서 음식을 주문하거나, 세탁소에서 셔츠를 맡기는 일은 직접 찾아가는게 더 편했다. 골목 구석구석까지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등장하는 O2O 서비스들은 오프라인에 국한된 상권을 가져오기 위해, 데이터와 인프라를 쌓고 고객과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음식 배달 앱을 다운로드 받으면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은 물론이고 집앞의 작은 떡볶이집 까지 등록되어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발품을 팔아 부동산을 쏘다니며 집을 구하던 것도 옛말이다. 위치, 시세, 주변 시설 등의 조건을 검색해 부동산 매물을 검색할 수 있는 앱이 여럿 등장했으니까. 이 역시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세탁물을 수거해 가는 서비스나, 출장 세차 서비스, 변기가 막히거나 수도꼭지가 고장나는 등의 사소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집수리 앱'까지 생기고 있는 와중이다. 식당에서 줄을 서지 않고 도착 전에 미리 주문해두는 것도 좋은 예다. 소비자가 직접 찾아가거나 직접 전화해 서비스를 요구해야 했던 일들이 거리를 좁혀 손바닥 안에 들어온 셈이다.
O2O 서비스는 모든 일을 간단하게 만들어주지만, 그 기반을 만드는 것은 간단하지 않다. 생활 속의 어떤 영역이 O2O로 연결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 부터가 과제다. 택시 서비스를 예로 들어보자. 카카오 택시 초창기만 해도, 널린게 콜택시인데 새로운 서비스가 왜 필요할까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나는 이제 카카오 택시만 이용한다. 내 위치나 목적지를 설명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으며, 택시가 날 태우러 오는 경로까지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처음에는 카카오 택시에 가입한 택시 기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서울 시내는 물론 지방 어디에서도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전쟁터 같은 금요일 밤의 강남역에서도 차도에 나가 손을 흔들어 댈 필요가 없다. 택시비 흥정을 요구하지 않는 카카오 택시를 탈 수 있으니까 말이다.
물론 서비스 초창기에는 이렇듯 원활하지 않았다. 카카오 택시의 공격적인 기사 모집을 통해 엄청난 인프라를 갖췄기 때문에 가능해진 것이다. 이제 카카오 택시는 어떤 콜택시 서비스보다 거대한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O2O 서비스에는 명과암이 존재한다. 누군가는 골목 상권에 거대 자본이 들어와 기존 서비스를 죽이는 행위라 비난하기도 하더라. 하지만, 나는 기술이 사람 서비스 사이의 거리를 좁힐 때 일어나는 순기능에 주목하고 싶다. 몸이 불편한 환자나 청각장애인이 전화를 이용해 서비스를 예약하고, 음식을 주문하고, 택시를 부르는 건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에서 터치 몇번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의 상황과 취향을 반영한 생활 밀착형 O2O서비스를 기대해본다.
● 하경화는 종합 라이프스타일 웹진 기어박스(www.gearbax.com)에서 모바일 분야 최신 소식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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