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의 충돌로 새정치민주연합은 해묵은 계파갈등의 소용돌이에 다시 빠졌다. 문 대표는 안 의원의 전대 제안을 “진정성 없다”며 일축했지만 비주류의 문 대표 사퇴론이 본격화하면서 총선을 향한 지도체제는 오리무중으로 빠지는 모양새다.
‘연대보다 전대’ 받아 들고 난감한 문재인
혁신 전대라는 난감한 패를 받은 문 대표는 당 혁신위원회의 혁신안을 사수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문 대표는 30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혁신위의 혁신안조차 거부하면서 혁신을 말하는 것은 진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전날 안 의원이 “혁신 전대에서 뽑힌 대표와 지도부가 전대 기간 동안 내놓은 혁신안을 실행에 옮기게 된다”며 ‘현역 20% 물갈이’ 등 이미 실행 중인 당 혁신안 폐기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대해 합의의 영역이 아님을 명확히 밝힌 것이다.
그러면서도 문 대표는 전대 수용 여부 등 큰 틀의 전략에 대해선 신중한 접근을 이어갔다. 문 대표의 최측근은 “안 의원의 제안이 호남과 비주류에게 지지 받을지는 몰라도 아주 설득력이 있다고 보지 않아 문 대표가 조금 더 강하게 나가야 한다는 강경론이 현재까지 우세하다”면서도 “당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일단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부터 거치고 대응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 의원은 또다시 전대에 매달렸다. 안 의원은 이날 광주에서 자신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이 주최하는 토론회에 참석해 “(혁신 전대에서) 꼴찌를 해도 좋다. 전대 과정에서 우리 당이 변화하고 지지자들에게 희망을 드릴 수 있다면 어떤 대가도 감당할 각오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야권 일각에서 “당 대표를 노린 승부수가 아니냐”는 정치적 해석을 정면 반박하는 방식으로, 혁신 전대의 당위성을 높이는 여론전에 나선 것이다.
계파 갈등에 “이럴 거면 갈라서라” 불만 폭발
두 ‘초선 정치인’의 충돌이라는 점에서 ‘양초의 난’이라는 비아냥이 돌고 있는데도 주류와 비주류는 기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주류 측은 전대 요구에 대해 “재신임 결의에 불복하고, 당내 권력투쟁만 점화시켜 분열시키는 방안”이라며 절차적 부분의 문제와 부정적 전망까지 동시에 제기했다. 반면 비주류 측은 집단행동을 통해 전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비주류 모임인 ‘민주당의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은 이날 회동을 가지고 “당 에너지를 충원하기 위해 혁신 전대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당 내부에선 두 사람의 정치력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추미애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너 죽고 나 죽자 식의 피 말리는 정치를 그만둬야 한다”고 비판했으며, 당의 핵심 관계자는 “(혁신 전대 역 제안 이후) 계파를 불문하고 ‘이렇게 계속 싸우느니 차라리 나갈 사람은 (당에서) 나가라’는 취지의 항의가 (당 지도부로) 빗발치고 있다”고 싸늘한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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