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의식 드러내 위안부 소재 만화 그리기도

미즈키 시게루. 미즈키프로덕션 홈페이지 사진

요괴 만화 ‘게게게의 기타로’로 유명한 일본 만화 거장 미즈키 시게루(水木しげる)가 30일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93세.

오사카에서 태어나 돗토리현에서 자란 미즈키는 19세 때 태평양 전쟁에 나가 폭격을 맞고 왼팔을 잃었다. 귀국 후 희망대로 무사시노 미술학교에 진학했지만 경제적 전망이 어두워 화가의 꿈을 접고 그림연극 작가를 거쳐 1958년 ‘로켓맨’을 통해 대여점 전용 만화가로 데뷔했다.

대표작 ‘게게게의 기타로’를 비롯해 ‘갓파(물 속에 사는 요괴) 산페이’ ‘악마군’등 요괴 만화로 명성을 얻었다. ‘게게게의 기타로’는 본래 ‘무덤 기타로’라는 그림연극이었으나, 대본소 만화와 소년잡지 연재만화, TV 애니메이션과 실사영화 등 다양한 형태로 재창작됐다. 미즈키는 요괴 관련 자료를 꾸준히 수집해 만화와 요괴도감을 그려냈으며 1995년 ‘세계요괴협회’를 설립해 회장을 맡기도 했다. 일본 대중문화의 요괴 묘사는 대부분 미즈키의 작품에서 온 것이다.

미즈키는 참전 경험을 토대로 반전 의식을 드러내는 만화를 그리기도 했다. 1973년 작 ‘전원 옥쇄하라!’는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 병사들의 생활과 전쟁의 부조리를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1999년작 에세이 만화 ‘카랑카랑 방랑기’에는 일본군 위안부 에피소드를 담았으며 “병사들도 지옥에 있었지만 (위안부의 처지는)지옥 그 이상”이라며 “배상 문제가 언급될 때마다 배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소년기를 보낸 돗토리현 사카이미나토시에는 그를 기념하는 ‘미즈키 시게루 로드’와 기념관이 있다. 한국에는 불법 복제만화로만 알려졌다가 2010년 ‘게게게의 기타로’ ‘농농 할멈과 나’가 정식 발매됐다. 2008년 부천만화축제에서 해외작가상을 수상했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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