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와 유럽연합(EU)은 29일(현지시간) 30억 유로(약 3조7,000억원)를 지원하는 조건으로 터키가 유럽 난민대책에 협력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오랜 교착상태에 빠졌던 유럽 난민 문제가 터키의 협력으로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외신에 따르면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터키와 EU 28개국 간 정상회의를 가진 뒤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터키 총리와의 공동발표문에서 “30억 유로 규모의 보조를 통해 터키 내 시리아 난민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유럽으로 몰려든 난민의 수는 약 150만명으로 이중 상당수가 시리아 등의 중동에서 유럽의 관문인 터키를 통해 들어왔다. 이에 따라 EU는 터키에 재정적 지원을 책임지고 터키는 국경통제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난민을 수용해 유럽난민 문제 해결에 협력하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다부토울루 터키 총리는 이날 EU 각국 정상들과 회의를 마치고 지난달 장관회의에서 채택된 합의안을 최종적으로 채택했다. 이번 합의의 핵심은 현재 터키에 있는 시리아인 220만명에게 EU가 30억 유로를 지원하기로 최종 결정된 것이다. 이번 지원금은 시리아 난민들이 EU로 이주하는 대신 터키에서 정착할 수 있도록 이들의 생활수준을 높이는 데에 쓰인다.
양측의 이날 합의는 EU가 터키의 오랜 염원인 EU 회원국 가입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조건을 제시하면서 전격 합의됐다. 양측은 12월 14일부터 터키의 EU 가입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터키인들은 이르면 내년부터 EU 내에서 자유로운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솅겐조약 가입 지역을 방문할 경우 비자 없이 입국할 수도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터키는 EU에 가입할 경우 신흥강국으로 부상하기 위한 경제적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부토울루 총리는 “이번 회담으로 EU와 터키 관계가 새롭게 시작하게 됐다”며 “EU의 모든 동료 정상들이 터키와 EU가 공동운명체라는 데 동의했다는 점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터키에 대한 EU의 30억 유로 지원은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유럽으로 밀려드는 난민 억제 및 시리아 내전 종식을 위한 극단주의자들과의 싸움이라는 약속을 터키가 얼마나 충실하게 이행하는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U는 당초 30억 유로를 2년에 걸쳐 지원하겠다는 반면 터키는 매년 30억 유로를 요구해왔다. 양측은 터키에서 추후 전개되는 상황에 따라 지원 규모를 재조정하기로 합의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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