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의 4선 중진 김성곤(전남 여수갑) 의원이 30일 야당 의원 중 처음으로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호남권 및 중진의원들에 대한 당 안팎의 불출마 압박이 커질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의 통합과 승리에 조그마한 거름이라도 되고자 내년 총선 지역구 출마를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그는 “당이 침몰 위기에 빠져있는데 호남 최다선 의원이 지역구에서 표 몇 장 더 얻으려고 바삐 뛰는 모습이 미안하고 한심하게 여겨졌다”며 “갈라진 당심과 흩어진 민심을 하나로 모으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의 이번 불출마 선언은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호남 물갈이’ 요구와 맞물려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주승용 최고위원과 박지원ㆍ김동철 의원 등 일부 호남권 중진들은 혁신위원회의 인적쇄신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하며 ‘문재인 체제’에 맞서왔다는 점에서 향후 호남민심의 변화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실제로 당내에선 대대적인 인적쇄신 요구가 다시 분출하기 시작했다. 영남 출신 비례대표인 홍의락 의원은 자신의 SNS에 “김성곤 선배에게 경의를 표한다”며 “이제는 4,5선들이 나설 때”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반응을 보여야 한다”는 말로 호남권 노장ㆍ중진의원들을 압박했다.
그간 인적쇄신과 관련한 여야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새누리당에서는 이한구(대구 수성갑)ㆍ김회선(서울 서초갑) 의원 등 ‘텃밭’을 포기한 경우를 포함해 현역의원 5명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반면 새정치연합에선 되려 상당수 중진의원들이 의욕을 보여왔다.
김 의원은 “오늘 (불출마) 선언이 우리 당 중진들의 불출마 선언을 끌어내기 위한 것은 결코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동시에 “당의 승리를 위해 어디든지 가라면 가겠다”며 당의 요구에 따른 험지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이에 따라 호남권 및 중진의원들에 대한 압박 수위는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15대 국회 입성 이후 17~19대까지 4선에 성공한 김 의원은 재외국민 투표권 문제 등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왔으며, 현재는 당 중앙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다.
전혼잎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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