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가공무원 시험이 당초 200만명 가까이 지원을 했지만 실제 응시자는 93만명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반(反)부패 한파에 공무원 인기도 시들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상이다.
30일 중국국가공무원통계에 따르면 2016년 국가 공무원 시험엔 모두 199만8,000명이 신청서를 냈다. 그러나 각 기관의 응시 자격 서류 심사를 통과한 인원은 139만4,600명에 그쳤다. 특히 지난 29일 전국 47개 도시 900여 곳의 시험장에서 치러진 중앙기관 및 직속기구 공무원 공공과목 필기시험의 실제 응시자는 93만명에 불과했다. 결국 처음에는 200만명 가까이 시험을 보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포기한 이들이 무려 107만명에 달한 셈이다.
이처럼 응시 포기자가 늘며 경쟁률은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2만7,800여명을 선발하는 2016년 중국 공무원 시험에서 실제 응시자가 93만명도 안 된 만큼 경쟁률은 33대1까지 떨어졌다. 이는 5년간 가장 낮은 경쟁률이다. 공무원 시험 응시 자격 서류 심사 통과자와 모집 인원을 기준으로 볼 때 중국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2012년 74대1, 2013년 72대1, 2014년 78대1, 2015년 63대1이었다.
철밥통으로 여겨지던 중국 공무원 인기가 이처럼 식고 있는 것은 선발 인원이 늘어난 측면도 있지만 시 주석 취임 이후 전개되고 있는 강도 높은 반(反)부패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지난 3년간 옷을 벗은 공직자는 성부급(省部級·장차관급) 이상만 100명이 넘는다. 회의나 회식을 호화롭게 여는 것을 금지하고 고가의 선물도 받을 수 없도록 한 ‘8항규정’을 어겨 처벌 받은 관료도 지난 3년 간 무려 12만명이나 된다. 인터넷 제보가 활성화하면서 작은 부패 하나까지 당국에 신고돼 엄격한 처벌로 이어지는 일도 많다. 이 때문에 공무원을 그만 두는 이들도 적잖다.
한편 올해 공무원 시험이 부정 행위 적발 시 최고 징역 7년 형에 처할 수 있도록 형법을 개정한 후에 처음 치러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9일 시험장엔 무려 10만명의 시험감독관이 배치됐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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