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항 일정은 또 ‘절도’…2006년 악명 떨친 무장소매치기단 일원도
지난 3월 30일 오후 7시 경남 통영시의 한 방파제. 절도 혐의로 일본에서 추방됐던 한국인 8명이 어둠을 틈타 일본행 어선에 몸을 실었다. 일본으로 밀항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일본 대마도 인근 국경에서 일본 경비함정의 움직임을 살핀 뒤 출발 약 3시간 만에 일본 규슈(九州)의 한 항구로 밀입국했다. 밀입국 일정은 절도였다.
일본에서 절도죄로 추방됐던 한국인들을 일본에 밀입국 시킨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밀입국자 가운데는 일본에서 10년 전 무장 소매치기단 조직원으로 악명을 떨쳐 현지 경찰이 예의주시했던 인물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밀항단속법 위반 등의 혐의로 밀항조직 총책 김모(55)씨 등 3명을 구속하고 알선브로커 허모(78)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3월 30일 오후 7시께 경남 통영시 한 방파제에서 여모(52)씨 등 8명으로부터 1인당 1,500만~2,000만원을 받고 일본 규슈의 한 항구를 통해 이들을 밀입국시킨 혐의다. 이들은 또 지난 4월 말 오후 11시께 일본 대마도 한 항구에서 여모(52)씨로부터 4,500만원을 받고 한국으로 재밀입국 시킨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이 사용한 4.99톤급 어선은 고속엔진을 3기나 장착, 시속 40~50노트(시속 80~100㎞)로 운항할 수 있다. 이는 일본 경비함정과 해군함정이 대부분 시속 30노트(시속 60㎞)라는 점을 감안해 레이더로 확인해도 속도 차이로 추적이 불가능한 점을 노린 것이다.
경찰 조사결과 밀항자 8명은 10여년 전 일본으로 밀항하거나 불법 체류해 일본 원정 소매치기를 하다가 현지경찰에 붙잡혀 추방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일본에 입국할 수 없자 밀항을 계획했고 밀항한 뒤 다시 절도 행각을 벌였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 과정에서 밀항자 8명 중 여씨를 제외한 7명이 일본 현지경찰에 체포, 절도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는 앞서 2006년 도쿄(東京) 아라카와구(荒川區) 니시니포리(西日暮里)역에서 불심검문을 받던 중 최루가스를 뿌려 시민과 경찰 20~30명에게 부상을 입힌 소매치기단 조직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소매치기단은 흉기를 소지한 상태였고, 일본 내 한국 무장 소매치기단으로 악명을 떨쳤다.
경찰은 한국으로 재입국한 여씨를 포함, 밀입국자 8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지명수배했다. 일본에서 재판 중인 7명은 밀항단속법 위반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가 정지된 상태다. 부산=정치섭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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